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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 임신시키고, 폭행하고…근절되지 않는 체육계 폭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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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한 대학의 빙상선수 A씨가 수면제를 먹고 자살을 시도했다. 조사 결과 A씨는 빙상코치 B씨의 지속적인 성폭행에 시달리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B씨는 A씨를 2년에 걸쳐 성폭행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A씨가 임신하자 유산을 시키려고 배를 폭행해 갈비뼈를 부러뜨리기도 했다. 이 사실이 드러나 B씨는 대한체육회와 빙상연맹으로부터 영구제명 징계를 당했다.

체육계의 성폭력이 어제 오늘의 일만은 아니지만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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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포토]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곽상도 의원(새누리당ㆍ대구 중남)이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제출받은 '체육선수 성폭력 실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한 해 평균 41건의 성폭력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포츠인권센터에 접수된 것만 집계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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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에 29건에서 이듬해 37건, 2014년엔 57건으로 증가하다 지난해 41건으로 다소 감소했다. 2013년에는 한 초등학교 야구 감독이 학부모에게 성상납을 요구하는가 하면, 클라이밍스쿨 교장이 수강생의 이마와 볼에 입을 맞추는 사건도 있었다.

폭력신고도 해마다 늘어 2012년 122건에서 이듬해 135건, 2014년 151건, 2015년 180건이 스포츠인권센터에 접수됐다. 올해 9월까지도 128건의 폭력 신고와 상담이 접수됐다. 곽상도 의원은 "스포츠계 내부의 폐쇄적이고 서열화된 구조"를 원인으로 지목했다. 선수 생활의 생명과 직결된 모든 권한이 감독에게 있다 보니 지도자의 명령과 지시를 거부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곽 의원은 "지나치게 엄격한 위계질서를 깨뜨릴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과 체육계 내부의 인식 전환이 함께 이뤄져야 악순환을 끊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유길용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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