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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애플폰 주춤하는 사이…‘구글폰’ 신고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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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구글의 변신이 시작된다. 미국을 대표하는 소프트웨어(SW) 회사에서, 이제는 스마트폰을 만드는 ‘제조’로 구글의 외연이 넓어진다. 산업의 경계를 뛰어넘는 구글로 인해 시장의 경쟁 구도도 빠르게 변화할 전망이다.

OS 점유율 81% 영향력 확대 노려
자체 디자인·설계, 대만 HTC서 생산
스마트 홈·VR 겨냥한 제품도 내놔

파이낸셜타임스(FT)는 구글이 애플을 겨냥한 첫 스마트폰을 공개한다고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4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행사 ‘메이드 바이 구글’의 주인공은 스마트폰 ‘픽셀’이다. 올초 선다이 피차이 최고경영자(CEO) 산하에 신설한 하드웨어부문이 이번 사업을 주도했다. 모토롤라 출신의 릭 오스텔로 수석 부사장이 하드웨어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구글은 삼성전자처럼 직접 생산을 하진 않지만 애플처럼 설계와 디자인을 주도해 스마트폰을 만드는 방식을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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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선보일 제품은 픽셀과 픽셀XL로, 해외 유명 IT(정보기술) 블로거들에게 유출된 이미지(사진)에 따르면 픽셀은 초고화질(풀HD) 화면에 크기가 5인치, 픽셀XL은 5.5인치다. 구글의 새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누가를 적용했다. 애플의 신형 아이폰 7과 삼성전자의 갤럭시 S7을 겨냥한 구글의 스마트폰은 대만 스마트폰 회사인 HTC에서 만들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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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은 그간 스마트폰용 안드로이드 OS를 내놓으면서 스마트폰 제조에 대한 욕심을 종종 내비쳐왔다. 2010년 HTC를 통해 넥서스폰을 내놨고, LG전자나 삼성전자와도 협업해 ‘넥서스폰’을 출시해왔다. 운영체제 기준으로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81%가 안드로이드로 채워졌지만 구글로서는 그만큼의 영향력을 행사하기 힘들었다. 애플(16.1%)이 자사 OS인 iOS와 스마트폰을 앞세워 충성고객층을 확보한 것과도 비교됐다.

2012년 모토롤라를 인수하는 파격을 선보이기도 했지만 2년 만에 자존심을 구기며 모토롤라를 중국 레노버에 팔았다. 구글이 ‘픽셀’에 큰 기대를 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업계가 추산하는 픽셀의 가격은 600달러 대.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 판매가 주춤한 상황에서 구글이 공격적인 판매에 들어간다면 기존의 구글-삼성 간의 오랜 협업 구도에도 금이 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구글은 그간 ‘제조’에 대한 의욕을 끊임없이 보여왔다”며 “픽셀을 통해 구글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FT는 구글의 이번 움직임에 대해 “애플과 삼성으로 양분된 스마트폰 시장에 직접적인 공격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구글이 시장 지형을 바꿔놓고 싶어하는 영역은 또 있다. 스마트 홈이다. 인공지능(AI) 기술로 집 안에 있는 각종 전자기기를 연결해 음성인식으로 음악을 틀거나 집안의 불을 켜고 끌 수 있다. IT업계가 신(新)시장으로 불리는 사물인터넷(IoT)의 대표 제품이기도 하다. 구글이 준비하고 있는 것은 ‘구글 홈’으로 불리는 스피커. 구글의 AI 서비스인 ‘어시스턴트’ 기능을 더해 날씨 확인이나 음악 재생을 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이 2014년에 내놓은 AI 스피커 ‘에코’처럼 스피커를 통해 집 안까지 진출하겠다는 뜻이다. 애플 역시 음성인식 비서로 불리는 ‘시리’를 활용한 스마트홈 기기를 준비 중이어서 경계를 넘어서려는 기업들의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 밖에도 가상현실(VR) 시장을 겨냥한 구글의 플랫폼 ‘데이드림 VR’도 이번 행사에서 공개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2014년 VR 전문회사인 오큘러스를 인수한 페이스북이 올 초 VR 기기인 ‘오큘러스 리프트’를 내놓은 데 이어 구글 역시 대응에 나선 것이다. 골판지로 만든 카드보드 VR로 시장 확대를 노려왔던 구글은 이보다 화질을 향상시킨 데이드림 VR을 준비해왔다. FT는 삼성전자가 오큘러스와 함께 기어 VR을 내놓는 등 페이스북의 기술이 모바일 VR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는 점을 들며 “(페이스북 기술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구글에 도전과제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김현예 기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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