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레르기성 비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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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재채기와 함께 쉴사이 없이 말간 콧물이 줄줄 흘러내리는가 하면 코까지 자주 막혀 옆에서 보기에도 안스러운 알레르기성 비염(일명 비알레르기) 환자들이 의외로 많다.
그저 코감기 정도로 생각하고 감기약이나 먹고 그냥그냥 지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거나 정신적 고통까지 겪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정확한 통계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대개 국민 10에 1명은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한가지 이상의 알레르기질환을 갖고 있으며 그중 절반 가까이가 앝레르기성 비염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서울대의대 김유영교수 (알레르기내과과장) 는 병원을 찾아오는 호흡기알레르기 환자 3명중·1명은 알레르기성비염, 1명은 기관지천식, 그리고 1명은 이들을 동시에 갖고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한다.
알레르기성 비염은 왜 어떻게 생기는 것일까. 김교수는 이렇게 설명한다.
공기속에 섞여있는 어떤 물질(항원) 이 숨을 쉴때 반복적으로 콧속으로 들어으면 이 물질에 대한 특이한 항체가 생기고 이 특이항체가 비점막의 점액층에 있는 비반세포라는 세포의 표면에 달라붙게 되는데 그 항원이 재차 침입해 오면 여기서 여러가지 종류의 화학매개물질(히스타민등) 이 생겨난다.
이러한 화학매개물질은 비점막에 내려와 있는 감각신경말단을 자극하여 재채기를 유발시키고 비점막의 혈관이 확장되고 혈관 삼투압이 증가함으로써 혈관으로부터 혈장성분이 나와콧물이 흐르게되며 직접 비점막의 알레르기성 염증반응을 유발하여 비점막이 붓게 되며 이것이 만성화하면 코버섯(비이종)이 생겨 심한 코막힘 증상을 나타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 이같은 알레르기반응을 일으키게 하는 항원 (알레르겐)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서울대병원 알레르기 내과의 조사에 의하면 집먼지속에 들어있는 집먼지 진드기가 가장 많다고 한다.
그 다음으로 집먼지, 곰팡이, 꽃가루, 마른풀먼지, 개·고양이·새등 애완동물의 털이나 비듬, 종이나 섬유류의 보푸라기, 곡식, 파리·모기·바퀴벌레·나방등 곤충의 부스러기등이 사람에 따라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것으로 조사되어있다.
이러한 물질을 흡입한다고 모두가 알레르기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며 여기에는 여러가지 유전적소인(특이 항원을 만드는 소인, 비반세포의 수, 화학매개물질의 유리능력등) 과 수인(심인, 자율신경계이상, 기온변화등)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알레르기성비염의 3대증상은 콧물·재채기·코막힘. 또 화학매개물질이 분비됨으로써 코끝이나 안쪽이 몹시 가렵게 되며 입천장이 가렵다는 사람도 있는데 이같은 발작성증상은 대개 아침에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이밖에 눈물을 흘린다든가 눈속의 이물감, 피부가 가렵다거나 온몸이 화끈거리고 머리가 아프다는 사람도 있고 코막힘으로 냄새를 잘 맡지 못하거나 입호흡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국립의료원 손근찬박사 (소아과장)는 증상으로 봐서 감기와 비슷한 점도 많지만 알레르기성비염쪽이 감기에 비해 발작적으로(갑자기 나타났다가 어느 순간 없어지는) 발병하고 재채기도 잦고 심하며 콧물도 맑고 많은 편이라고 말하고 1년내내 감기가 떨어지지 않는다는 사람은 알레르기성 비염일 경우가 많다고 한다.
손박사는 또 어린이의 경우 가려움증 때문에 손바닥으로 코를 쉴새 없이 비비거나 위로 밀어올리며 눈언저리 밑에 퍼런 색소침착이 나타나기도 하며 눈과 귀가 가렵다는 어린이도 많다고 설명한다.
손박사는 알레르기성 비염이 있는 겅우 중이염이나 축농증에 잘걸리며 기관지천식의 발생빈도도 높고 반대로 기관지천식을 앓고 난후 비염으로 진행되는 경우도 많다고 말한다.
연세대의대 박인용교수 (이비인후과)는 알레르기성비염은 원인항원의 침입을 막는것이 가장 좋으나 호흡을 하는한 원인물질의 흡입을 완전히 방지하기가 힘들다는데 치료의 어려움이 있다면서 그러나 다른 치료에 앞서 항원의 침임을 방지 억제하도록 노력해야하며 이를 포기하거나 소홀히 하면 다른 치료의 효과도 그만큼 떨어진다고 말한다.
김유영교수도 알레르기성 비염은 만성화 경향이 높은것은 사실이나 적절히 치료·관리한다면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을 정도로 증상을 개선시킬수 있다면서 끈기있는 노력을 강조한다.
치료에는 우선 증상을 완화시키기 위한 대증요법이 있다. 여기에 쓰이는 대표적인 약으로 항히스타민제·스테로이드제·비점막충혈제거제가 있으며 이밖에 최근에는 화학매개물질의 유리를 억제하는 약도 많이 쓰이고 있다.
그러나 항히스타민제는 졸리움·현기증·갈증·위장장애등의 부작용이 따를수 있어 운전자나 정밀작업, 또는 위험한 기기조작을 해야하는 사람은 주의할 필요가 잇다.
스테로이드제도 소염작용이 강한 반면 부작용이 심각하며 비점막충혈제거제는 비점막의 혈관수축작용은 있지만 이 역시 신경과민등 부작용이 크다는것.
박교수는 간혹 코가 막힐 때마다 콧속에 뿌리는 약 (비점막충혈제거제)을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환자가 많다고 지적하고 이러한 약을 장기간 쓰면 반동현상 (약효가 떨어지면 비점막이 더욱 충혈되고 부종도 악화되고 혈관이 이완된다) 에 의한 의약성비염을 초래한다면서 의사의 지시 없이는 가능한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으며 꼭 사용해야 한다면 급성기 3∼4일이내에 한해야 한다고 주의를 환기시킨다.
면역요법(항감작요법)은 다른여러가지 방법으로 효과가 없을때 항원을 찾아 이것을 극히 소량에서부터 점차 양을 늘려가면서 주사하는 방법.
이것은 3∼4년이상 장기간 계속 주사를 맞게 돼 많은 시간과 비용이 요구되므로 대증요법에 잘반응하지 않거나 부작용이 많은 경우에 이용되며 증상이 가볍거나 발병한지 얼마 안되는 환자나 어린이에게는 적용하지 않는데 김교수는 집먼지나 꽃가루가 항원인 경우 효과가 대단히 좋으나 곰팡이나 동물의 털등에는 그렇게 좋지 않다고 설명한다.
면역요법이 실패하는 경우는 환자가 면역요법의 효과를 너무 많이, 너무 조급하게 기대함으로써 도중에 실망한 나머지 치료를 중단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환경관리도 예방적 차원에서 중요시되고 있다. 항원의 접촉이나 흡입을 회피·제거하는 것으로 실내를 청결히 한다든지 먼지가 쌓이기 쉬운 카피트나 소퍼를 치워본다든지 베개속을 바꾼다든지 애완동물에도 신경을 써보는 것등이다.
또 찬바람이나 담배연기, 초조하거나 불안한 상태에서는 증상이 악화된다는 점에도 유의해야한다.
김교수는 알레르기환자는 알레르기병의 병태등을 잘 알고 대처해야 한다고 전제하고 그런점에서 환자교육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의사와 환자 상호간의 신뢰와 협조만 있다면 알레르기성비염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한다.
참고로 서울대병원의 경우 목요일 (격주) 하오3시 (이 다음번은 9월11일) 내과 외래환자교육실에서 알레르기 환자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신종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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