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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교회」운동 확산되고 있다|가톨릭·개신교서 10개씩 운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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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10면

가난한 이들과 함께 살았던 예수의 삶을 오늘의 이 세상 안에서 실천하는 천주교와 개신교의 「현장교회」들이 점차 늘어가고 있다.
흔히 생활공동체 또는 기초기독공동체 등으로 불리기도 하는 이들 현장교회는 가난한 이들에 대한 관념적·가부장적 사고와 실천을 동반하지 않는 선언적 복음선포나 일삼는 화석화한 「제도교회」를 거부하면서 가난하고 고통받는 이들이 사는 소외현장 속으로 뛰어들어가 함께 생활하는 역동적인 초대 교회공동체의 모습을 재현한다.
따라서 현장교회들이 소외현장을 찾아 자리한 곳은 주로 달동네·공장주변 등의 도시 빈민지역.
현재 서울지역에만도 이같은 현장교회가 천주교·개신교 각각 10여개씩 있다.
경기도성남시은행동에 자리한 천주교 메리놀 공동체-.
이 현장교회는 77년 성남지역노동자들을 대상으로한 공동체운동을 시작, 현재는 메리놀외방전교회 소속의 미국태생신부 2명과 수녀 2명, 선교사 3명 등 모두 7명이 힘을 모아 운영한다.
메리놀 공동체가 주민들과 함께 미사를 올리는「성당」이나 수도원으로 쓰는「피정의 집」은 형식화한 근엄한 장식도, 하늘을 찌를 듯한 십자가도 없는 예의 허름한 달동네 판자 집이다.
공동체를 이끄는 동역자의 한사람인 민요한신부(54·본명「존·패트릭·미얀」)는 미국 메리놀 신학대학장까지 지낸 신학박사다. 그는 72년 한국에 나와 충북 황간 본당 신부로4년 동안 사목하고 귀국했다가 82년 다시 나왔다.
이들이 하는 일은 의료봉사와 탁아소 운영·지도력 훈련 등이다. 공동체의 간호원 2명 (수녀·선교사 각1명) 은 달동네의 질병을 돌보는 천사이기도 하다.
이밖에도 매월 세깨 일요일에는 서울강남시립병원의 의료진(의사4명, 간호원·약사 각1명)을 초빙, 주민들의 갖가지 질병을 치료해 주다.
탁아소는 어머니들이 일터에 나간 은행1,2동의 어린 아이 25명을 맡아 돌봐준다. 근로자 50여명이 참가하고 있는 지도력 훈련은 자신감과 미래의 희망을 북돋워주는 프로그램.
매주 금요일 밤에는 30여명이 판자 집 성당에 모여 미사를 봉헌하면서 영성을 치료한다. 공동체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생활비는 메리놀회가, 사목비는 성남시내 본당들이 각각 지원한다.
메리놀 공동체와 같은 경인지역의 천주교 현장교회로는 성남시「만남의 집」과 경기도 소래「보금자리」, 서울난곡동「희망의 지집」, 난지도「애기들의 집」, 신림동「사랑의 집」등이 널리 알러져 있다.
개신교의 현장교회들도 대체로 가난하고 고통받는 사람들이 많은 오늘의 대표적 소외현장인 도시 빈민지역에 자리한다.
노동사목이나 산업선교를 목적으로 출발했던 이들 현장교회는 그동안 의식화교육·해방신학 등과의 관련 여부로 주시를 받으면서 좀처럼 곁으로 드러내기를 꺼렸다.
그러나 이제 현장교회들 중의 상당수는 노동선교만의 차원을 넘어 빈민구제·나눔의 이웃으로 발전, 순수한 초대교회 공동체를 지향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민요한신부는 『한국의 가난한 사람과 남미의 가난한 사람은 전혀 그 질이나 양이 다르기 때문에 한국 신학이 추구하는 해방이 결코 南美 신학의 해방과 같은 내용일수 없다』고 못박았다.
그는 『한국 근로자들이 일을 너무 많이 하는데 비해 가난으로부터의 해방이 빨리 오지 않는 것 같긴 하지만 미래의 희망은 밝다』면서 『교회생활공동체는 분명히 미래 교회의 모습을 예시하고 있으며 세계적인 현재의 확산이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나의 바람은 오직 죽을 때까지 한국에서 가난한 이들과 어울려 사는 생활공동체 운동을 하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민요한신부의 고귀한 바람은 각각 전래 2백주년과 1백주년(84∼85년)을 지나는 호화로운 행사들 속에서 희미하게나마 허장성세의 물량주의적 팽창을 반성했던 한국천주교회와 개신교회가 다시 한번 귀담아 들어둘 만한 말일 것 같다. <이은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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