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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열 재산 직접 처분하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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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굿모닝시티 분양 비리사건이 급기야 피해자인 상가 분양 계약자들이 윤창열(尹彰烈.구속)대표의 집을 집단 점거하는 사태로까지 발전했다.

계약자협의회 측은 27일 "尹씨의 집과 승용차 등을 처분해 상가 건립비에 보탤 것"이라고 말해 비리 혐의자의 개인 재산 보호 문제를 둘러싼 논란도 예상된다.

한편 비리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지검 특수2부는 尹씨에게서 로비를 받은 정황이 포착된 서울시와 중구청 공무원, 그리고 금융기관 직원을 이번 주 중 소환 조사하겠다고 27일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곧 사법처리 대상자가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尹씨집 이틀째 점거=계약자협의회 회원 28명은 26일 오후 4시30분쯤 尹씨의 서울 용산구 한남동 집을 찾아가 점거했다. 이들은 집을 보고 있던 尹씨의 누나(54)에게 "이 집은 결국 계약자들의 분양금으로 산 것이니 다른 거처를 찾아보라"며 내보냈다.

이어 집안을 뒤져 尹씨가 굿모닝시티 임직원들에게 보낸 편지와 부동산 매매계약서 등 서류를 협의회 사무실로 옮겼다. 회원들은 27일에도 尹씨 집에 10여명이 남아 점거를 계속했다.

또 尹씨가 자신 앞으로 가입한 개인연금보험 관련 서류만 47개가 발견됐으며 매달 4천7백여만원씩 납부한 것으로 집계됐다.

◆호화 생활 흔적=尹씨의 집은 3층짜리 빌라 중 2층으로 70평 크기. 尹씨가 지난해 3월 28일 5억4천만원에 산 것으로 매매계약서에 나타나 있다.

주방 벽면에는 발렌타인 30년산 등 고급 양주 70여병과 와인 30여병, 보드카.중국술 70여병이 진열돼 있다. 드레스룸에는 영국.이탈리아 등에서 만든 수제 양복 30여벌이 있었고, 포장도 뜯지 않은 라이프가드 선글라스 20여개가 박스째 있어 눈길을 끌었다.

거실과 침실에 대형 벽걸이TV가 있고, 집안에 서재와 운동공간이 따로 있었다. 집안을 둘러본 일부 계약자는 "尹씨가 우리가 낸 돈으로 특급호텔 수준의 집에서 호화로운 생활을 했다"며 분개했다.

◆눈길 끄는 물품들=尹씨 집에서 나온 자료 중에는 그와의 관계가 의심되는 것들도 적지 않았다.

정대철 민주당 대표가 '윤창열 회장께. 2001년 9월 2일'이라고 친필 사인한 저서 '장면은 왜 수녀원에 숨어 있었나' (부제: 정대철 국민회의 부총재가 증언하는 5.16 비화)를 비롯한 정대철 선집 5권이 발견됐다.

국회의장을 지낸 원로 정치인과 함께 찍은 사진도 발견됐다. 사진에서 이 정치인은 한 축하식장에서 참석자와 악수하고 있는 尹씨 옆에 서 있었다.

이밖에 서재에선 자동차관리 대행업체인 '트리피아'를 창업했다가 사기 등 혐의로 처벌됐던 차지혁씨가 쓴 자서전 '청년 차지혁, 그 꿈과 야망은 녹슬지 않는다'가 나왔다.

김원배.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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