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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왕자' 속 사막여우, 국립생태원에 길들여진 연유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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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어린왕자 삽화

소설 『어린왕자』에서 왕자가 '함께 놀자' 말했을 때 여우는 이렇게 답한다. "난 너와 함께 놀 수 없어. 나는 길들여져 있지 않으니까."

국제적 멸종위기종…2년 전 밀수 적발돼 보호 중
7월 초에 새끼 2마리 출산…30일부터 일반에 공개

소설 속 사막여우는 강한 인상으로 독자에게 남아 있다. 길들여지는 것은 '관계를 맺는 것'임을 왕자, 그리고 독자들에게 일깨워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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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여우 신규 전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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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 반입당시(2014년)

독특한 인연으로 한국 정부에 '길들여진' 사막여우 한 마리가 지난 7월 초 새끼 두 마리를 낳았다. 충남 서천군 국립생태원에서다. 새끼들은 30일부터 이곳 에코리움 사막관에 공개된다고 국립생태원은 29일 밝혔다.

소설 속 여우는 귀가 크고 쫑긋하다. 이런 특이한 외모 때문에 남획과 밀수가 성행한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에 올라 있는 멸종위기종이다.

소설 속에서도 사막여우는 왕자에게 "그 별엔 사냥꾼들이 있지?"라고 묻는다. 왕자가 '없다'고 하자 "그럼 병아리는?"하고 묻는다. 그러고선 "나는 병아리를 쫓고 사람들은 나를 쫓지"라고 말한다. 사막여우는 북아프리카에 사는데 곤충이나 작은 새, 쥐·도마뱀 등을 잡아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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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만상자 속 사막여우(생후3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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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미여우의 보살핌 모습

이번에 새끼를 낳은 여우는 원래 아프리카 수단에 살았다. 2014년 4월 다른 여우 16마리와 함께 국내로 불법 밀수되다 인천세관에 적발됐다. 이중 12마리는 이미 죽거나 홍역 등에 감염돼 있었다. 5마리만 살아 남아 생태원에서 치료를 받으며 건강을 회복했다. 생태원은 지난 3월 이후로 이들 성체를 사막관에 공개해왔다.

새끼는 암수 각각 한 마리로 40∼45g 무게로 태어났다. 현재 건강이 양호하며 크기가 성체의 3분의2 정도에 이를 정도로 부쩍 자랐다. 사막여우는 성체라고 해봐야 무게가 1.5㎏으로 아주 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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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후1개월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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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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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후 1개월령 아기 사막여우

야생동물은 밀수 중 적발되더라도 원산지로 반송하기가 매우 힘들다. 돌려보낸 동물을 받아줄 기관이 현지에 마땅치 않아서다. 생태원에선 사막여우 외에도 긴팔원숭이과의 검은손기번, 비단원숭이과의 마모셋, 로리스과에 속하는 야생동물 슬로우로리스를 보호 중이다. 모두 불법거래로 국내에 들어오다 적발된 동물이다.

소설에서 여우는 '우리는 우리가 길들인 것만 알 수 있다'고 설명한다. 왕자가 사막여우를 길들일 수 있는 방법을 묻자 이렇게 답한다. "우선 내게서 좀 멀리 떨어져서 이렇게 풀숲에 앉아 있어. 난 너를 곁눈질해 볼 거야. …날마다 넌 조금씩 더 가까이 다가앉을 수 있게 될 거야."
최재천 국립생태원장은 "이번 사막여우 출산을 계기로 해서 야생동물이 인간의 불법적 거래로 고통 받고 있음을 되새겼으면 한다"고 말했다.

성시윤 기자 sung.siy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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