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끔찍한 행동강력 따라 범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서울영동 서진 룸살롱 집단살인사건의 범인들은 일본사무라이와 야쿠자조직의 행동강령에 따라 지옥훈련등 조직강화훈련을 해 온 것으로 20일 밝혀 졌다.
이에 따라 경찰은 이들 조직이 일본폭력조직집단인 야쿠자들과 손잡고 청부폭력등에 개입했을 가능성이 있어19일 검거된 두목 장진석(25)·김동술(24)씨등 칼잡이 조직의 핵심인물을 대상으로 이 범죄단체가 조직된 82년이후의 행적을 캐고있다.
20일 하오 경찰이 공개한 행동대장 김동술씨의 일기에는 『선후배간의 불신이 많아 쉽게 파괴되는 한국의 폭력조직은 「오야붕」을 위해 충성을 다하고 조직원 사이에 금전을 둘러산 다툼이 없는 일본 야쿠자조직을 본받아야 한다』는 등 행동강령과 조직훈련강화를 위한 실천자세등에 따라 범인들이 훈련해온 사실이 적혀 있어 이들이 단순한 폭력조직이 아님을 드러냈다.
이 일기에 따르면 김동술씨등 5명은 85년9월부터 서울암사동 강동아파트81동508호 13평짜리 아파트를 아지트로 빌어 함께 자취를 하면서 이같은 강령에 따라 심신훈련을 해왔다는 것.
◇범인· 압수물 공개=정효섭·장진석씨등 자수 또는 검거된 일당중 입원중인 홍성규씨를 제외한 10명과 함께 이들이 소지하고 있던 도검류 28점등 모두 24종 1백4점의 압수물을 공개했다.
압수물중에는 지난15일 하오 경기도구리시 송화영씨(35)집에서 발견된 김동술씨의 일기1점을 포함, 1m길이의 일본도 4점등 도검류28점· 야구방망이 7개· 의류11점·학생증등 서류9점· 피묻은 자동차 시트커버등이다.
◇행동강령=김씨의 일기에는 행동강령으로 ▲싸울때 동요를 해서는 안된다. 바로 즉사시겨야 한다▲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것 자체가 전쟁이다. 가장 중요한 전쟁이 조직내분이다▲오야붕이 닭다리를 오리발이라고 해도 무조건 이를 따르고 우리의 목을 친다고 하면 언제라도 목을 내 놓을 수 있어야 한다▲뭉쳐야 산다▲개성을 죽이고 조직생활에 충실할 것 등이 적혀있다.
또 자신의 행동대원들과 우리나라 정치인들의 조직을 비교· 토론하기도 했으며 1명이 여러명을 상대로해 싸울 때와 여러명이 1∼2명을 상대로 싸울 경우에 대비해 훈련을 해온 듯 방어와 공격대형을 적시했다.
◇정신교육강화=이들이 합숙훈련을 했던 아파트에서는 평소 이들이 일본폭력조직에 심취했던 듯 사무라이관계 무협소설이 발견됐고 미국암혹가 마피아의 조직과 생태비리를 그린 폭력소설이 많이 발견됐다.
이들이 주로 본 일본무협소설은 일본사무라이들의 고뇌와 인간승리·인간역정을 그린 『미야모토 무사시』와 『46인의 사무라이』 등 덕천가강시대 일본무사들의 모반과 복수극을 그린 소설이 많이 발견돼 장씨등이 평소 일본사무라이나 폭력조직에 깊은 관심을 갖고 이들의 생리와 조직등을 본받으려 했음을 드러냈다.
이와함께 이탈리아 태생의 극작가 「마리아· 푸조」가 쓴『대부』 『시실리안의 대부』와 일본작가 「오치아이· 노부히코」가 쓴 『할렘USA』등 암혹가 폭력조직의 생태를 그린 소설등을 탐독, 국내에서 이와 유사한 폭력조직등을 현실화시키려 했음을 보여줬다.
또 이들의 아파트에서는 재야 정치인인 김상현씨가 쓴『어둠이여 횃불이여』라는 책자와 김씨의 인생과 정치를 다룬 특별인터뷰 기사가 실린 『인물과 진상』이라는 잡지책도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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