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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테크 농업의 길을 연다|일서『공장형 식량생산 전략』발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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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동경=최철주 특파원】이미 아프리카에서 식량위기를 경험했듯 장기적으로 보면 전세계 규모의 대 기근이 발생할 것이라는 자못 걱정스러운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민족흥망 사를 보면 농업을 중시하지 않았던 고대 지중해 민족이나 대 항해시대 이후의 민족들은 단기간에 세계사의 무대에서 사라졌지만 대륙의 농업민족은 몇 번인가 전쟁에 패하면서도 불사조와 같이 재기했음을 지적하면서 농업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일본의 기술집단이 있다.
이들은 벼와 선인장의 세포를 융합시켜 선인장형 벼를 재배, 메마른 사막에서도 쌀을 수확할 수 있는 첨단농업기술 등의 개발을 촉구했다.
일본의 일부 경제단체는 생명공학의 활용으로 농·공 접합을 제창하고 있다.
최근 동경에서 발행된 『하이테크 식량전략』은 이같은 관심의 흐름을 좇아 세계식량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공업생산형 농업」의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마키노」미쓰비시 종합연구소회장 및「사카다」동해대 교수 등의 토론을 통해 식량의기의 실체를 벗기고 생명공학기술개발의 중요성을 지적하고 있다.
다음은 이 책의 주요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안전보장 하면 우리들은 방위만을 생각한다. 식량이나 자원비축을 별로 언급하려 들지 않는다. 자원가운데 석유문제는 이미 2차례의 위기를 겪을 만큼 겪었다.
석유 가가 대 폭락하면 식량을 살수 없는 나라가 생기고 원자력발전소의 폭발로 농작물의 피해를 가져와 관계 국민들이 식량위기에 직면하게 된다는 것을 우리는 최근에 보아 왔다.
현 세계인구 50억 가운데 선진국 10억 인구는 포식하고 있으나 나머지 40억 인구는 제대로 먹지 못하는 기아-포식의 공존시대를 맞고 있다. 기아는 해소할 수 없는 상태에 있다. 의학발달·강대국간의 전쟁회피 등으로 21세기 세계인구는 80억이 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중 선진국은 10억 그대로 유지되나 후진국인구는 현40억에서 70억으로 폭발한다.
후진국은 식량 그 자체뿐만 아니라 항만·댐·도로 등 기초 사회간접 시설이 갖추어지지 않아 식량증산의 길은 멀고 험하다.
6천년 전에는 사하라사막도 나무가 울창한 산림지대였다.
환경변화로 지금은 사막이 점차 북상, 확대되고 녹색지대 및 좋은 토양이 붕괴되고 있으며 거기다 남-북의 격차는 더욱 커지는 등 식량위기를 예고하고 있다. 결국 21세기에는 하이테크(첨단기술)를 이용한 식량생산 전략을 세워야만 한다.
미국은 전체의 3%에 해당하는 농업인구가 나머지 97%를 먹여 살리는 식량을 생산하고 있다. 첨단기술국가는 농업에도 강하다. 미국은 식량과 SDI등 강력한 2개의 대소 교섭 력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식량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에는 하이브리드(초대잡종)나 생명공학 등 이 있다.
작년 일본 쓰쿠바 박람회에 전시된 토마토나무는 1그루에 1만개의 열매를 맺을 수 있는 생명공학의 산물이다.
일본에서는 오이 한 줄기에서 3천3백 개의 열매를 따고 1그루에 1개만 열리는 멜런을 같은 그루에서 90여 개나 수확하는 실험에 성공했다.
수기 경 재배라고 이름 붙여진 이 재배방법은 보통 수경법과는 달리 식물의 생육장애를 제거해 주며 광 에너지의 효율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하는데 있다. 이 재배법은 극비중의 극비로 어느 것이나 특허 또는 실용신안으로 카드화되고 있다.
농산물을 둘러싼 선진국간의 싸움은 생명공학 분야에서 격화되고 있다. 21세기에는 이 분야에서 성공하는 나라만이 세계를 움직일 수 있는 힘을 소유하게 된다. 식량분야에서는 세포융합·유전자조작·조직배양 등의 기술연구가 진행되고 있어 종래와 같은 농업을 뿌리째 흔들어 놓을 가능성이 크다.
지금까지는 쌀의 수확량을 2배로 하는데 약 1백년이 걸렸으나 생명공학기술을 어용하면 2∼3년으로 충분하다.
결코 꿈이 아니다. 생명공학의 상업화와 관련해서 미국은 일본을 가장 두려워하고 있다. 일본은 강력한 발효기술을 기초로 생명공학을 개발해 갔으며 일정부가 이의 개발을 국가적 우선 순위로 올려놓고 있는데 다 일본인은 상업화의 능력도 소지하고 있다.
생명공학 연구자금 조성과 정부에 의한 기초·응용연구인재확보는 이 분야에서 각국의 국제경쟁력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요소다.
생명공학기술 발전에는 유전자자원의 공급량이 결정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유전자의 자원대국은 미국과 소련으로 일본은 양국의 3분의1을 가지고 있다. 유전자 자원싸움에서 좋은 기회를 한번 잃으면 회복이 불가능하다.
농업에도 기술축적이 이루어져야 한다. 한국이 필리핀 벼를 도입해서 증산하려고 서둘렀으나 기상변화로 큰 실패를 맛보지 않았던가. 일본농업의 힘은 축적된 기술을 가지고 있다는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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