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ISA, 출시 5개월만에 1000억원 자금 이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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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시 5개월만에 은행의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서 10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이탈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용진(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8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ISA 가입자 및 투자금액 현황’ 자료에 따르면 3월부터 7월 말까지 은행에 ISA 계좌를 개설했다가 해지한 고객은 7만5000명, 반환된 투자금은 1017억원이다. 해지 고객을 반영하지 않은 은행권 ISA 누적 가입 고객은 222만6000명, 가입금액은 1조9743억원이다.

은행 ISA의 신규 가입액은 ISA가 출시된 3월 3770억원에서 출발해 6월까지 월 4000억원대를 기록했지만 7월 들어 1942억원으로 절반 이상 감소했다. 반면 해지 금액은 3월 30억원, 4월 97억원, 5월 153억원, 6월 319억원, 7월 418억원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은행의 ISA 계좌에서 투자금이 이탈하는 건 수익률이 신통치 않기 때문이다. 출시 3개월이 지난 KB국민·기업·신한·우리은행 등 4개 은행의 일임형 ISA 수익률을 분석한 결과, 총 34개 모델포트폴리오(MP) 중 12개가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특히 공격적인 투자로 고수익을 추구하는 고위험 MP를 중심으로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KB국민은행은 10개 MP 중 고위험 2개, 중위험 2개 등 4개 MP에서 마이너스 수익률이 나왔다. 신한은행은 7개 중 4개, 기업은행은 7개 중 3개, 우리은행은 10개 중 1개의 MP에서 손실이 났다. KB국민·신한·기업은행의 경우, 수익률이 1%를 넘긴 MP가 전무했다.

박용진 의원은 “은행이 금융당국으로부터 뒤늦게 일임형 상품 취급 인가를 받아 인력운용과 전문성이 부족한 실정”이라며 “은행은 계좌 유치 등의 성과에 연연하기보다는 투자 인력과 전문성을 키우는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진 기자 kjin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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