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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쪽 국감…투명인간 된 김재수 장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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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20대 국회 첫 국정감사는 첫날부터 반쪽이었다. 26일 국감이 계획돼 있던 12개 상임위원회 중 야당이 위원장을 맡은 6곳에서만 질의가 이뤄졌다.

야당, 국감장서 차관에게만 질문
미방위 증인 60여명 대기하다 끝나

국회 상임위원장이 더불어민주당인 곳에선 야당 의원만으로 질의를 벌였고, 국민의당 상임위원장들은 대부분 기관의 업무보고만 받고 감사를 중단했다. 새누리당은 야당이 단독으로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통과시킨 데 항의해 전원 국감에 불참했다.

이날 오전 10시10분 정부세종청사. 야당이 단독으로 국감을 진행한 농림수산식품해양위에서 김재수 장관은 ‘투명인간’이었다. 야당 의원들이 그에겐 의식적으로 질문을 하지 않고 이준원 차관에게만 질문했기 때문이다. 김 장관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무시전략이었다. 쌀 정책 관련 질문에 대해 이 차관이 “이 부분은 장관님께서…”라며 답변권을 넘기려 하자 야당 의원들은 큰 목소리로 제지했다. 오전 내내 굳은 표정으로 입을 다물고 있던 김 장관은 오후 들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발언권을 얻었다.

▶더민주 김한정 의원=“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 때 왜 회삿돈을 다니던 교회에 기부했나.”

▶김 장관=“180개 단체에 대한 기부 활동의 일환으로….”

▶김 의원=“장관 거취 문제로 국감이 중단됐다. 뒤에 앉은 공직자도 생각해 달라.”

▶김 장관=“국무위원으로서 농식품부 현안을 성실히 이끌어 가도록 하겠다.” 장관직에서 물러나지 않겠다는 말이었다.

김 장관 문제로 북한 핵 문제 등 긴급 현안을 다뤄야 할 국회 국방위와 외교통상통일위까지 파행했다. 새누리당 김영우 국방위원장은 감사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야당 의원들은 개의 선언이 없었지만 자리를 지키는 ‘출석투쟁’을 벌였다. 이 바람에 국방을 책임진 한민구 국방장관 등은 국감이 열리지 않아도 오전 내내 대기해야 했다. 더민주 심재권 의원이 위원장을 맡은 외통위는 야당만으로 감사를 진행했다.

반면 새누리당 신상진 의원이 위원장을 맡은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에는 이날 기관 증인 60명과 일반증인 4명, 참고인 7명이 불려 나왔으나 역시 시간만 허송했다. ‘포켓몬고’ 열풍으로 불거진 구글의 지도 반출 문제에 대해 답변할 임재현 구글코리아 정책총괄(부사장급)은 이 와중에 불출석 사유서를 내고 빠져나갔다. 미방위 관계자는 “임 부사장은 여당 의원이 출석을 고집해 출석하기로 했으나 증인을 부른 의원도 없고 상임위도 파행됐으니 아무 조치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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