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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백남기씨 죽음은 이 시대 모두의 아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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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경위야 어떻든 시위를 하던 60대 농민이 공권력 집행 과정의 불상사로 인해 숨진 것은 우리 사회의 비극이다.

 백남기씨는 쌀값 폭락에 항의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14일 서울에서 열린 제1차 민중총궐기 집회에 참석했다. 하지만 당시 일부 시위대들이 경찰관에게 쇠파이프를 휘두르고 전경 버스를 불태우는 바람에 서울 도심은 난장판으로 변해버렸다. 이 와중에 백씨는 경찰이 쏜 물대포를 맞고 쓰러졌다. 그는 혼수상태로 1년 가까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왔지만 결국 지난 25일 숨졌다.

 진보 성향의 시민단체와 야당은 죽음의 책임을 국가공권력의 남용으로 돌리고 있는 반면 정부와 보수 단체들은 불법 시위가 불행을 초래했다는 입장이다. 백씨 죽음의 원인을 둘러싼 공방이 정치적으로 번지는 것은 국가나 사회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이 때문에 정부와 여당은 사회적 비극을 치료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백씨가 쓰러진 이후 책임 있는 정부 관계자가 백씨와 가족들에게 위로의 말조차 건네지 않은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물론 불법 시위에 대해서는 엄정하고 강력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것이 사회적 합의이지만 공권력 행사에 실수가 있었는지에 대해선 조사가 이뤄졌으면 했던 것도 사실이다. 경찰청장도 “경찰이 불법 폭력시위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생긴 일이지만 고귀한 생명이 돌아가신 데 대해선 무척 안타깝고 유감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는 ‘개인적이고 도의적 입장’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도 제시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시민단체들도 백씨 사망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해서는 안 될 것이다. 법원이 백씨 부검을 위한 영장을 기각한 것을 견강부회식으로 ‘시신탈취 시도를 사법부가 막았다’는 식으로 해석하는 것은 사태 해결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백씨의 죽음은 개인적 불행이 아닌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아픔이기도 하다. 정치와 이념을 떠나 비극을 치유하고 사회적 공감을 이끌어내기 위한 포용과 관용의 지혜를 찾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