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사설

몸싸움 세대결이 20대 국회 협치인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 대한 국회의 해임건의안이 통과됐다. 3개 정당이 합세한 거야(巨野) 공조가 첫 위력을 보였다. 밤늦게까지 진통이 거듭된 국회 본회의장은 고성과 삿대질에, 가볍지만 몸싸움까지 등장했다. 필리버스터를 연상시키는 국무위원들의 장시간 발언 장면도 있었다. 소여(小與)도 거야도 오기 대 오기로 맞선 세대결 힘겨루기였다. 기회 있을 때마다 다짐한 20대 국회 협치가 무색했다. 가뜩이나 여야의 대치 전선이 가파른 상황이다. 감정적 충돌까지 더해져 당장 다음주 시작하는 20대 국회 첫 국정감사는 첫날부터 파행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박근혜 대통령이 해임건의안을 수용할지 여부다. 국회의 해임건의는 법률상 강제력이 없다. 여권에선 김 장관의 직무상 과실이 없다는 이유로 청와대가 수용하지 않을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국정 전반을 책임지는 청와대로서 그런 입장을 가질 수는 있다. 또 김 장관에 대한 야권의 해임건의가 지나치다는 지적이 일각에서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무엇보다 김 장관은 농업·축산 분야 공직에서만 30여 년 일했지만 전문성과 정책 능력은 청문회에서 검증조차 되지 않았다. 그렇다 해도 해임건의안을 수용하지 않는 건 박 대통령이 첫 번째 사례를 만드는 셈이다. 과거 국회에서 해임건의안이 가결되면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이거나 당사자가 스스로 물러났다. 그렇다면 이제라도 김 장관이 스스로 판단해 거취를 정하는 게 임명권자에 대한 예의다.

게다가 이런 상황은 김 장관 자신이 자초했다. 그는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쏟아져 나온 여러 의혹에 대해 일부는 해명했지만 일부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청문회장에선 “대단히 송구스럽다”는 말을 여러 번 해 놓고 임명장을 받자마자 SNS 게시판에 부적절한 언사를 쏟아내 장관 자질을 의심케 했다. 그의 글은 국회 인사청문 과정에 대한 폄하와 언론에 대한 적대감으로 가득 차 있다. 그런 황당한 피해의식과 편가르기 자세로 농림행정을 제대로 이끌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우려와 개탄이 해임건의안의 1차적 배경이다. 김 장관은 국회의 ‘장관 부적격 판정’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