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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어지지 않는 외신보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중남미 어린이들이 섹스 및 포르노 대상으로 유럽사회에서 『밀 거래되고 있다』는 외신보도가 있었다.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노르웨이 법무상의 말을 인용한 것으로 보아 어딘지 꺼림직도 하다.
이들 제3세계 어린이들이 매년 1백여 만 명씩이나 유괴돼 덴마크, 네덜란드, 서독 등 서구제국에 밀입국되고 있으며 이들은 사창가나 섹스클럽·포르노영화 등에 팔리고 있다는 것이다.
고도 문명사회를 함께 살고 있는 동시대인으로서 얼굴을 들 수 없는 수치와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분명 노르웨이 법무상은 밀매된 어린이들 가운데는 한국 어린이도 포함돼 있다는 말을 했다.
먼저 우리 정부는 그 진상부터 알아보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지난83년 유엔의 한 보고서는 유럽국가에서 어린이 매춘이 매춘업계의 새로운 경향으로 등장하고 있다고 경고한바 있다. 예컨대 파리 시만 해도 산대 매춘부들이 8천명에 이르고 또 어린이를 등장시킨 포르노 사진은 미국 안에서 만도 연간 거래 액이 5억 달러에 이른다는 보고였다.
이처럼 성의 도구로 이용되는 어린이들이 주로 아시아와 중남미 국가들에서 밀입국된다는 사실에서 인종적인 굴욕감마저 느끼게 된다.
매춘이란 인류 최고의 직업이라는 말도 있다. 그리고 어느 국가, 어느 사회 건 이것을 업으로 하는 사람이나 조직은 있다. 그러나 이들은 대부분 성인들로서 불가피한 개인사정이나 선택의 문제로 치부하고 있다.
하지만 철모르는 어린이들이 성인들의 쾌락이나 돈벌이의 대상으로 유괴되어 암거래된다는 사실은 인간의 양심이나 나라의 체면으로도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정부는 서둘러 사실을 확인해 보고 사실이라면 무언가 단호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우선 미아들의 소재파악에 정부와 사회전체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여러 사회단체가 미아 찾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으나 아직도 우리나라 미아는 2만 여명에 이르고 있다. 또한 미아를 찾아 달라고 호소하는 부모 수도 5백여 명에 이르고 있다.
부모가 자식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면 이들이 밀매의 대상이 됐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해외 입양아의 사전·사후 감시도 철저해야 한다. 우리나라 고아들의 해외 입양은 해마다 수천 명에 이르러 증가추세이고 특히 구미제국에 집중돼 있다. 물론 입양주선기관의 면밀한 주의와 배려가 있으리란 것은 짐작한다.
그러나 이러한 악덕 범죄조직이 정상적인 입양을 위장하여 우리 어린이들을 악용할 소지는 없는지 재삼 확인해 보아야 한다.
나아가서는 어린이 밀매와 성 도구화를 근본적으로 방지하기 위한 국제적인 협조와 노력을 목표로 한국 제 협약 같은 것이 유엔의 기치아래서 효율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여기엔 세계여론화의 노력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 외신보도에 우리나라가 거 명되었다는 사실 자체에 우리는 모욕을 느끼면서 우리주위의 감시도 단단히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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