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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조원 들인 수리온, 美 테스트 결과 "겨울작전 어렵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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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대구ㆍ경북 화랑훈련’에서 ‘적 탐색격멸’ 작전에 투입된 50사단 장병들이 수리온(KHU) 헬기에서 로프를 이용해 하강하고 있다. [사진 프리랜서 공정식]

개발에만 1조 3000억원이 투자된 한국형 기동 헬리콥터 수리온(KUH-1)의 일선 군부대 납품이 전면 중단됐다.

올해 초 미국에서 실시한 결빙(結氷)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이철규 의원이 방위사업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수리온은 지난해 10월부터 6개월 동안 미국 미시간주에서 ‘기체 결빙 테스트’를 받았다. 영상 5도~영하 30도의 저온 다습한 환경에서 비행 안전성을 확인하는 시험이었다.

시험 결과, 수리온의 엔진 공기 흡입구 등에서 착빙(着氷) 문제가 발견됐다. 허용치인 100g를 초과하는 얼음이 엔진에 달라붙은 것이다.

수리온의 엔진을 제작한 GE는 이 정도 양의 얼음이 엔진에 빨려 들어가면 엔진 날개(에어 포일)를 파손시킨다고 설명했다.

국방부와 방사청은 수리온 제작사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 납품 중지 지시를 내린 상태다.

KAI 측은 “겨울이 별로 춥지 않고 건조한 한반도에서는 수리온 운용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항공기상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도 안개가 많은 초겨울(11~12월)과 초봄(2~3월)에는 헬기 운용 중 착빙 현상이 일어난다.

육군 본부가 쓰는 수리온 사용 교범에도 ‘착빙이 일어나면 신속히 해당 지역을 이탈하라’는 내용이 들어 있다.

지난해 12월 육군항공학교 교육 중에 수리온이 불시착했던 것도 착빙 현상 때문일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이철규 의원은 “2012년 6월 수리온이 ‘전투용 적합’ 판정을 받을 당시에도 ‘결빙 시험은 추후에 받는다’는 단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결빙 시험은 헬기의 전력화를 위해서 필수 사항인데도 소홀히 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KAI 측은 “결빙 시험은 수출 확대를 위한 선택 사항이다. 겨울이 없는 동남아나 중동 등에는 판매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방사청 자료에 따르면, 이번 시험에서 지적된 착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체해야 하는 부품은 총 7개다. 이 중 공기 흡입구 등 3개는 설계부터 다시 해야 하는 상황이다. 방사청은 모든 기능 개선이 완료되기까지 대략 2년은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백수진 기자 peck.soo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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