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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국면 너무 낙관 말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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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내년 예산에서 민생 복지 비를 크게 늘리자는 민정당의 생각은 형편만 닿는다면 굳이 나무랄 수는 없을 것이다.
사회개발과 복지의 수요가 급속도로 늘어가는 현실, 농가경제의 피폐와 부채누적, 그리고 의료·주택·교육과 연관된 생계부담 등 어느 하나라도 정부가 뒷전에 밀어 둘 수 없는 급한 과제들이다.
여당이 이런 민생과 복지의 과제들을 정치적으로 수용하고 정부재정활동을 통해 이를 적극 해결해 가겠다는 자세는 오히려 바람직하다.
그러나 이런 중요한 정책과제들은 대부분이 그 해결에 방대한 재원과 치밀한 계산·조정이 필요하고 다른 중요한 국가 재정계획과도 협의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민생과 복지는 장기적 국책과제로 협의되고 또 합의되어 연차별, 단계별 계획아래 집행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것은 뒷전에 내팽개칠 일도 아니며 어느 때 불현듯 생각나서 하루 아침에 이룰 성질도 아니다.
기본적으로 복지는 많은 비용과 부담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갑작스런 복지확대는 거의 대부분 국민부담의 증가로 귀결되기 쉽다. 여당의 민생정책 강조도 이런 점에서 우려를 동반한다. 민정당은 새해 예산에 민생 복지 비를 2조원 반영, 농어촌 부채경감을 비롯, 이른 바 7대 정책과제들을 수행할 구상을 하고 있다.
이렇게 하면 총 예산에서 차지하는 농어촌사업비 비중이 3·9%에서 6·5%로, 사회복지비는 8%에서 11%로 늘어난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이 같은 의욕적인 계획은 필연적으로 내년 예산의 팽창을 수반할 수밖에 없다. 여당은 내년도 세입이 15조5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2조원의 복지예산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으나 그것만으로도 재정팽창률은 12·3%에 이른다.
이 같은 재정팽창은 설사 올해 경제성장률이 10%를 달성한다 해도 지나친 증가율이다. 정부나 여당이 행여 올해 이후의 경제측면을 너무 낙관하고 있다면 그것은 잘못된 계산이기 쉽다.
이른바 3저의 여건으로 올해의 총량 지표들이 모두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구조적으로는 취약한 기반 위에 서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3저의 역기능들이 하나 둘씩 나타나고 있고 밖으로는 보호주의와 원 화 절상압력, 안으로는 통화불안과 물가압력이 점차 높아가고 있다.
비록 3저의 여건이 지속된다 해도 그로 인해 증가된 잠재력은 서둘러 소비하거나 나누어지기보다는 구조적인 산업체질 개선과 효율화를 위해 온축 되고 투자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과도한 재정활동으로 민간의 활력을 잠식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더욱이 세입 면에서도 재정팽창은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더욱 큰 문제는 총수요 관리에서 생길 것이다. 올해 중 이미 18%선에 육박한 통화증가가 경제운영 전반에 큰 주름을 미치고 있음에 비추어 재정은 긴축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따라서 민생복지의 확대는 이 같은 경제총량의 움직임과 연계되고 다른 부문과 균형을 잃지 않는 범위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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