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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혹시 치매? 뇌촬영, 후각 검사만으로도 조기 진단 가능해진다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치매는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1명이, 80세 이상 노인 5명 중 1명이 앓고 있을 정도로 흔한 질환이다. 지난해만 45만9000명이 치매로 병원을 찾았다. 2011년 29만5000명 보다 무려 16만4000명이 증가했다. 연평균 11.7%씩 증가하고 있는 셈이다.

▲65세 이상 치매 유병률 및 치매 환자수(2013, 보건복지부)

그러나 여전히 치매는 현대의학으로 풀 수 없는 난제다. 현재 출시된 치료제는 증상을 조금 개선하는 데 그친다. 전문가들이 조기 발견을 강조하는 이유다. 치매를 조기에 발견해 적극적으로 대처할수록 증상 개선 효과가 크다. 보건복지부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치매를 조기에 발견해 꾸준히 치료하면 5년 내 요양시설 입소 확률이 55% 감소한다.

분당차병원 신경과 김현숙 교수는 “규칙적 운동과 인지기능 자극, 적절한 약물치료로 병의 진행을 늦출 수 있다”며 “치매 환자는 기억력 저하 외에도 조증·우울증·돌발행동 같은 증상을 동반하기 때문에 환자뿐 아니라 가족의 삶의 질까지 떨어트린다.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조기 발견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조기 진단이 꽤 어렵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치매는 의사의 문진으로 진단한다. ‘인지기능검사’와 ‘포괄적 신경심리검사’를 통해 기억력·언어능력·주의집중력·판단력·계산능력을 평가하고 최종적으로 치매 여부를 판단한다. 한 시간이 넘는 검사에도 정확히 진단할 확률은 높지 않다.

강북삼성병원 신경과 김용범 교수는 “알츠하이머 치매나 혈관성 치매, 전두측두엽 치매, 루이체 치매 등 다양한 치매가 각각의 전형적인 증상을 보이면 정확히 진단할 수 있지만, 전형적이지 않은 환자가 대부분”이라며 “오진 확률은 적어도 20% 이상일 것”이라고 말했다.

간단한 뇌 촬영으로 경도인지장애 수준까지 진단

▲분당차병원 관계자가 PET-CT를 이용해 치매를 진단하고 있다.

최근엔 간단한 뇌 영상 촬영으로 알츠하이머 치매를 진단하는 기술이 등장해 조기 진단이 가능해졌다. 주로 암을 진단할 때 사용하는 PET-CT(양전자방출-전산화단층촬영)를 이용한 방법이다.

전체 치매의 70%인 알츠하이머 치매는 ‘베타아밀로이드’란 물질이 뇌에 쌓이면서 발생한다. 건강할 땐 뇌세포(뉴런)끼리 신호를 주고받는 데 아무 문제가 없지만 베타아밀로이드가 이 길목에 쌓이면 뇌가 조금씩 기능을 잃는다. 베타아밀로이드는 몸속에서 자연스럽게 생기는 물질로, 치매 증상이 겉으로 드러나기 10~20년 전부터 쌓이기 시작한다.

지금까지는 베타아밀로이드가 얼마나 쌓였는지 측정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했다. 뇌 조직을 떼어내 병리학적으로 검사하거나 허리에서 뇌척수액을 뽑아 베타아밀로이드 농도를 측정하는 방법이 전부였다. 뇌 조직을 떼어내는 건 환자가 사망한 후에나 가능하고, 뇌척수액 검사는 정확도가 높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뇌 영상 촬영은 이런 문제가 없다. 간단한 촬영으로 치매 환자의 뇌에서 베타아밀로이드의 분포를 확인할 수 있다. 방사성 의약품을 몸에 집어넣고 양전자단층촬영(PET)으로 영상을 찍으면 된다.

방사성 의약품은 몸속에서 베타아밀로이드를 물들인다. 열 영상처럼 베타아밀로이드가 많은 곳은 빨갛게, 적은 곳은 파랗게 나타난다. 예전엔 베타아밀로이드에 결합하는 방사성 의약품이 없었다. 그러나 최근 개발된 ‘F-18 플루트메타몰’이란 물질은 베타아밀로이드에 정확히 결합한다.

▲알츠하이머 환자의 뇌에 쌓인 베타아밀로이드가 붉은 색으로 표시된다

이를 통해 기존 검사로는 알기 힘들었던 초기 치매도 알 수 있게 됐다. 특히 정상 노화와 치매의 중간단계에 해당하는 경도인지장애 수준도 진단한다. 경도인지장애 환자 가운데 10~15%가 치매로 발전한다. 경도인지장애 상태부터 적극적으로 대처하면 치매가 오는 것을 최대한 늦출 수 있다.

분당차병원 핵의학과 장수진 교수는 “기존 검사로는 치매가 상당히 진행된 상태만을 진단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치매 증상이 나타나기 전 발병 가능성을 조기에 예측하고 치료계획을 세울 수 있다”고 말했다.

보다 정확한 검사도 가능해졌다. 장수진 교수는 “다른 치매와 뚜렷하게 구분하기 어려운 증상을 가진 환자에서 실제 알츠하이머 치매인지 판단할 수 있다. 치매 종류가 다양하고 그에 따른 치료법도 다르기 때문에 뇌 촬영 검사가 유용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 검사 하나만으로 치매를 진단하는 건 아니다. 기존 검사와 함께 사용하면 정확성이 배가된다”고 말했다.

혈액·후각·침 이용한 진단법 개발 중

혈액이나 침, 후각을 이용해 치매를 조기 진단하는 기술도 개발 중이다. 혈액검사만으로 간단하게 치매를 진단하는 방법은 이르면 2019년 등장할 전망이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뇌과학연구소가 기술 개발에 성공했으며,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다. 혈액에서 극소량의 베타아밀로이드를 검출해내는 기술이다. 시제품의 정확성은 93~95%로 매우 높다. 무엇보다 PET-CT를 이용하는 방법보다 비용 부담이 적다. 1회 측정에 5~10만원 정도다.

일본에선 후각을 이용한 진단 방법도 개발됐다. 치매가 진행되면 보통 냄새를 맡는 능력이 떨어지는데, 이를 이용한 방식이다. 다만, 아직까지 활용도가 높진 않다. 김용범 교수는 “아직은 PET-CT를 넘어서는 기술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예를 들어 후각을 이용하는 방법은 비염이 있거나 축농증 수술을 한 사람이라면 사용하기 힘들고, 환자가 엉뚱한 답을 할 수도 있어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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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구 기자 kim.jingu@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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