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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레인지에 알약 넣고 몇 초 돌리니 통닭으로 변신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영화•소설 속 세상은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현실화되기도 한다. 음식은 한 시대의 삶과 문화를 담는 주요 소재다. 영화 ‘제5원소’(1997)의 배경은 2259년의 미국 뉴욕이다. 다른 행성으로 여행을 떠나고, 외계인과 인간이 공존해 살아가는 세상이다. 주인공은 ‘하늘을 날아다니는 포장마차’를 자신의 집 앞으로 불러 끼니를 해결한다. 미래판 배달음식인 셈이다. 영화에서는 빈 접시에 담긴 알약이 전자레인지에서 몇 초 만에 채소가 곁들어진 통닭으로 변신한다.

▲ 영화 ‘백 투 더 퓨처2’에 등장한 피자. 전자레인지에 돌리면 10여 초 만에 크기가 커진다.

비슷한 장면은 영화 ‘백 투 더 퓨처2’(1985)에도 등장한다. 손바닥보다 작은 냉동 피자를 전자레인지에 넣고 돌리면 10여 초 만에 성인 몇 명이 먹고도 남을 만큼 커진다. 무게와 부피를 줄인 식품 건조 기술은 군인에게 보급되는 전투식량을 떠올리게 한다.

만화 ‘드래곤볼’(1984)에 등장하는 신선콩(선두)은 한 알만 먹어도 부러진 뼈가 붙고 체력이 회복되는 묘약이다. 그뿐 아니라 먹으면 수십 일 동안 밥을 먹지 않아도 살 수 있는 음식으로 묘사된다. 판타지 영화 ‘반지의 제왕’(2001)에도 유사한 음식이 있다. 이른바 ‘요정의 빵(렘바스 브레드)’이다. 영화에서 요정 레골라스는 기나긴 여정을 떠나는 동료에게 “한 입만 먹어도 배부른 음식”이라며 이 빵을 소개한다. 현재 다이어트나 영양보충제로 널리 활용되는 ‘캡슐 음식’과 비슷한 개념이다.

1973년 개봉한 영화 ‘최후의 수호자(소일렌트 그린)’는 2022년 북미 대륙을 자원난에 허덕이는 황폐한 세계로 상정한다. 인류는 생존을 위해 비스킷 모양의 ‘소일렌트 그린’이라는 특수 식량을 먹으며 살아가는데, 결말에선 이 음식이 사람이 먹어선 안 될 재료로 만들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관객에게 충격을 준다.

디스토피아 계급사회를 그린 ‘멋진 신세계’(1932)에선 호르몬 비스킷이나 비타민이 든 대용 고기, 성호르몬 껌이 보편화돼 있다. 태아도 엄마 배 속이 아닌 특수용액이 담긴 병에서 영양을 공급받으며 자란다. 이런 작품 속 ‘뉴푸드’는 음식을 향유의 대상이 아닌 생존을 담보하는 방편으로 그려내고 있다.

하늘에서 비 대신 음식이 쏟아진다면? 애니메이션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2009)에서는 물을 음식으로 바꾸는 ‘수퍼 음식 복제기’가 나온다. 이 기계가 하늘로 떠오르면서 마을에 ‘햄버거 비’나 ‘와플 눈’이 내린다. 물질의 상태를 변화시킨 뒤 원하는 음식을 만들어내는 ‘분자 요리+3D프린팅’ 개념의 기계다.

이보다 훨씬 앞선 1962년 미국에서 방영된 시리즈 애니메이션 ‘우주가족 젯슨’에선 원하는 버튼만 누르면 한 끼 식사가 뚝딱 제공되는 시스템이 등장한다. 푸드코트•패스트푸드점에 설치된 무인주문시스템(키오스크)과 유사하다.

손등에 뿌리기만 해도 맛을 느낄 수 있는 음료, 영양소를 고스란히 보존한 액체 고기…. 지금으로부터 400여 년 전, 영국의 철학자이자 소설가인 프랜시스 베이컨은 ‘새로운 아틀란티스’(1627년)에서 이런 미래 음식을 꿈꿨다. 책에 등장하는 가상의 섬 ‘벤살렘’의 사람들은 과학기술의 발달 덕에 풍요로운 삶을 누린다. 음식에 담긴 수많은 ‘상상’을 현실로 바꾸기 위한 푸드테크의 도전은 인류 문명과 함께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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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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