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영락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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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일본의 잠재 성장력은 1987년 이후 곤두박질을 하듯 떨어져 제로(영)가 될 것이다-.
이것은 다른 나라도 아닌 바로 일본에서 발간되는 한 유력 경제잡지의 전망이다.
근착 경제주간지 다이아먼드는 한나라의 경제실세를 가름하는 지표를 10가지로 분류하고 일본 경제를 그 기준으로 평가해 보았다.
우선 10개의 지표를 보면 ①자급력(국민이 필요로 하는 식품의 영양가 열량과 국내산출 곡물의 칼로리로 환산) ②자원력 (식량을 제외한 광물, 에너지, 그 밖의 금속) ③금융력(자금력) ④경제성장성(GNP) ⑤군사력 ⑥기술력(첨단분야) ⑦동맹국과의 관계(군사·경제·외교·문화·언어·민족·종교 등 우호관계) ⑧국내 정치안정도 ⑨정보분석력(선견력) ⑩역사(과거의 세계 역사에 얼마나 영향을 주었나).
이런 기준으로 평가하면 일본은 지금의 상승세에서 87년에 절정기를 이루어 그 점수가 1백 20까지 치솟는다. 미국의 80(올해), 90(내년)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수준이다.
그러나 87년 이후 일본의 잠재 성장력을 보여주는 갖가지 지표들, 특히 ①자급력 ②자원력 ⑦동맹국과의 관계 ⑨정보 분석력 등은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해 불과 1년 사이에「1백20」이 「50」으로 전락하고 만다.
88년 이후엔 커브가 다소 완만해지지만 하락세는 여전해 1992년엔 제로가 된다는 것이다.
이 도표 상으로는 일본은 21세기도 맞기 전에 영락하고 만다.
그 동안 미국·중공은 상승 무드를 타고 1990년까지「1백」이상으로 솟아오른다. 그러나 90년 이후 일본모양으로 이들 두 나라 역시 하락하기 시작한다.
중공은 인구 문체가 큰 짐이다. ①자급력 ②자원력에서 발이 묶인다. 미국은 제3세계의 누적 채무문제에서 비롯된 금융위기와 인플레의 위협으로 국세의 약화를 면치 못한다.
유럽은 90년 이전까지는 미국보다 뒤떨어진 상승세에 있지만 90년 이후에도 계속 점수를 유지해 미국을 압도한다.
소련은 90년까지「50」이하에서 방황하다가 그 이후 상승 무드를 탄다.
기술력부족·외화부족에서 차츰 헤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저미는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그래프를 보며 느끼는 것은 일본이 과연 영락할까 하는 것이다.「일본 영락」의 그래프를 그려놓는 것부터가 벌써 일본다운 일면이다. 좋게 보면 엄살이요, 달리 보면 자계의 경종이다. 어쩌면 그것이 일본 특유의 생존술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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