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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깡 피해 막으려면…카드정보 주지 말고 알림서비스 가입하라

중앙일보

입력

강 모씨는 ‘SC론’이라는 대출업체로부터 “싼 금리로 급전을 대출해주겠다”는 전화를 받은 뒤 1000만원을 대출받기로 했다. 업체는 “신용도 확인을 위해 신용카드 정보가 필요하다”며 강 씨로부터 카드번호와 유효기간, 카드 뒷면의 유효성검사코드(CVC) 3자리 번호를 받아냈다. 업체는 이후 “선이자로 148만원를 떼겠다”며 852만원만 강 씨 계좌로 입금했다.

한 달 뒤 강 씨는 전혀 모르는 인터넷 쇼핑몰에서 12개월 할부로 1420만원이 결제된 카드이용내역서를 받았다. 졸지에 148만원의 고금리 선이자에 420만원의 가짜 물품 결제액, 12개월 할부수수료까지 물게 된 것이다. 다 합치면 대출금의 두 배 가량이 된다.

이는 사기범이 급전이 필요한 서민을 유혹한 뒤 가짜 물품 거래를 통해 대출금보다 많은 돈을 빼가는 ‘카드깡 대출사기’의 전형적인 사례다. 금융감독원은 21일 이런 내용의 카드깡 실태를 공개하고 척결대책을 발표했다.

불법 카드깡은 지난해 1월~올해 6월 발생한 피해건수만 2만7921건일 정도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카드깡은 유령가맹점에서 거래를 한 것처럼 카드 결제를 한 뒤 결제액을 현금화하는 대표적인 음성거래행위다. 그간 카드깡 업자는 주로 탈세를 하려는 기업ㆍ자영업자에게 카드대금을 현금으로 주는 대신 수수료를 챙겼지만 최근에는 서민대출사기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금감원이 올해 5월 카드깡 대출사기 피해자 696명을 분석한 결과 1인당 평균 대출금액은 407만원이었다. 그러나 연리 240%의 대출이자와 연리 20%의 카드 할부수수료를 합치면 평균 부담금액은 대출금의 1.7배인 692만원이나 됐다.

카드깡 대출사기를 당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전화·문자메시지 등을 통한 저금리 대출 권유는 무시하는 게 좋다. 신한금융ㆍ우리금융ㆍSC론처럼 유명 금융회사를 사칭한 사기 수법도 조심해야 한다. 이런 전화를 받으면 금융소비자정보포털사이트(fine.fss.or.kr)에 접속하거나 금감원 콜센터(1332)에 전화해 등록금융회사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카드정보를 알려줘서도 안 된다. 피해자 중에는 비밀번호만 알려주지 않으면 괜찮다는 생각에 다른 정보를 쉽게 알려준 이들이 많다. 그러나 비밀번호를 모르더라도 카드번호와 유효기간, CVC번호 등을 알면 사기범이 가짜 결제를 할 수 있다.

신용카드 결제승인 알림서비스에 가입하는 것도 좋다. 본인 의사와 관계없이 카드결제가 이뤄졌을 때 휴대전화 문자메지시(SMS)로 내역을 확인한 뒤 곧바로 카드사에 연락하면 결제를 취소할 수 있다. 통상 카드사는 결제승인 뒤 3일 안에 가맹점에 대금을 지급하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카드깡 대출사기 근절을 위해 유령가맹점 등록을 원천 차단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앞으로는 카드 가맹점 신규 등록 시 가맹점 모집인이 일일이 현장을 방문해 실제 영업 여부를 확인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카드사의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에서 카드깡 의심거래를 발견하면 즉시 가맹점을 현장실사하고, 유령가맹점으로 확인될 경우 카드 거래를 중단하기로 했다. 류찬우 금감원 부원장보(비은행 담당)는 “적발된 카드깡 업자에 대해서는 예외없이 경찰에 수사의뢰하고 국세청에 통지해 세금부과 등에 활용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경 기자 uni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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