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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여름학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하늘에 조각구름 떠있고/강물엔 유람선이 떠있고/저마다 누려야할 행복이/끝없이 펼쳐지는 곳…경쾌한 리듬의 노래, 정수라의 『아! 대한민국』이 울려퍼지는 가운데 40쌍의 중년의 엄마, 중학생 딸들이 각기 1장의 수건을 놓고 밀고 당기는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야, 야, 소리를 지르며 마루 바닥위에 나동그라지며 모에 젖었지만, 얼굴은 환하게 웃고 있다.
25일 상오9시30분. 경기도 남양주군 불암 유드호스탤에서 열리고 있는 한국 가정법률 상담소 주최86년도 모자 여름학교 (23∼26)의 광경
이종헌목사(크리스천 아카데미)가 주관하는 「인간관계 훈련」시간. 베개뺏기·수건뻣기·팔씨름등 엄마와 딸이 몸을 부딪치며 함께 뒹구는 게임으로 이어지고 있있다.
『함께 뒹굴다보면 모녀지간이라도 평소 가리던 것을 열고 솔직해질수있게 됩니다. 소리지르며 몸을 부딪쳐 투쟁하다 보면 불평·불만도 해소되어 상대를 받아들일수 있는 여지가 생겨, 새로운 관계가 형성될 계기가 됩니다』는 것이 이목사의 설명이다.
이번 여름학교에 참가한 40쌍의 모녀는 모두 사회의 무관심속에서 외롭고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영세한 여가장세대출신. 모두 서울시내 모자원등에 집단으로 살고있는 가족들이다.
『한국의 7백50만 가구중 10%인 75만가구가 남편과 사별 또는 이혼한 여자 세대주가정이고 그중 10%인 약7만5천명이 요구호대상입니다. 자녀부양과 교육·정서적배려등 인생의 과중한 책임을 떠맡은 이들 여가장들을 격려하고 돕는 정부의 배려와 도움이 절실합니다.』 가정법률 상담소 최수자교육담당간사는 주장한다.
『공부, 공부, 공부, 지나친 공부 강요가싫어요』 『끝없는 잔소리와 푸념이 많아요』 『공연히 신경질을 내시는 때가 많아요』 『남자친구문제에 지나치게 과민하세요』 이상은 13∼15세인 중학생 딸들의 엄마에 대한 불평. 이는 주최측이 여름학교 첫날 질문지를 통해알아본 것이다..
이들의 불만은 「공부강요」 「이성교제」 「문제아」 「세대차이」등으로 24일 밤8시, 4개팀으로 나뉘어 참가자 전원이 공연한 촌극경연대회의 주제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대부분 한달수입 15만∼20만원으로 2, 3명의 자녀와의 생활을 힘들게 꾸려가고 있는 어머니들의 직업은 파출부·외판원·접객업소 종업원·판매원등.
그들의 가장 큰 관심은 자녀교육.
학교공부가 제일의 관심사였고 둘째는 3년간의 모자원 수용기간이 끝난후의 주택문제였다. 『여가장들에게 임대주택의 입주 우선권이라도 줬으면 좋겠읍니다』 『영세가정은 고등학교까지만 학비를 면제해주시면 살겠어요』이들 어머니들은 우선 먹고 사는 것이 힘드니까, 여느 미망인들처럼 상속과 관련된 법률이나 의료보험, 고독등의 감정문제는 생각할 겨를이 없다고 입을 모온다.
대부분이 새벽에 집을 나가 밤에나 집에 들어오는 생활로 딸들과의 대화가 거의 없었다는 이들 어머니들. 그들은 계속 장마비가 내리는 날씨에도 모처럼 『푸른 자연속에서 난생처음 딸들과 강연·게임·운동으로 이어진 3박4일을 보내고 나니 한결 모녀사이가 가까워졌다』고들 기뻐한다.

<박금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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