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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19만원에 차 빌려, 타인에 또 빌려주고 돈도 버네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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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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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개인 소유 차량은 미국 주요 도시에서 사라질 것이다. 5년 내 리프트 사용자 대부분은 자율주행차를 이용하게 될 것이다”

취·등록세 없고 보험료 따로 안 내
제로카 회원 29%가 공짜로 이용
사고 땐 처음 빌린 사람이 보험 처리

우버와 양대 산맥을 이루는 글로벌 차량공유서비스 리프트의 공동 창업자인 존 짐머 회장이 18일(현지시간) 자율주행차 시장 진출을 발표하면서 한 말이다. 짐머 회장은 자율주행차와 공유차가 교통을 ‘최고의 구독 서비스’로 탈바꿈시킬 것이라고 주장한다. 짐머 회장의 전망에 따르면 멀지 않은 미래에 개인은 차를 사는 대신 공유차를 부른다. 집앞에 오는 차는 대부분 자율주행차일 것이다. 내 차 한 대에 갇혀 있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자율주행차가 부르는 즉시 달려와 다양한 교통 선택권을 제공한다. 이렇게 되면 면허증은 구시대의 유물이 된다. 정말 자동차는 사회 공유물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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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조사업체인 내비건트 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의 카셰어링 서비스 이용자 수는 2020년 1200만명으로 늘어난다. 시장 규모는 62억 달러(약 6조9500억원)로 증가할 전망이다. 한국에서도 미래에 달라질 자동차 소비 패턴의 단초가 이미 보이고 있다. 차량 공유업체 쏘카가 지난 7월부터 시범 서비스하고 있는 ‘제로카셰어링’을 통해서다. 이 서비스는 그간 공유 차량의 문제점을 색다른 각도에서 조망해 해결했다. 공유차는 장기간이나 장거리를 이용하는 소비자에겐 렌트카보다 비용 면에서 불리하다. 또 매번 공유 차량 회사가 마련한 거점으로 이동해야 쓸 수 있다는 것도 불편하다. 서비스 제공자 입장에서는 공유차 거점과 주차장 마련에 막대한 비용을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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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카셰어링은 새 아반떼AD를 1년간 월 대여료 19만8000원에 쓸 수 있도록 했다. 대신 쓰지 않을 때는 필요한 사람에게 소정의 운임을 받고 빌려줄 수 있다. 거주지 주차장에 차를 둘 수 있고 취·등록세가 없다. 보험도 이미 가입돼 있어 사고가 나도 처리가 된다. 초기 비용이 없는 것이다. 재공유를 통해 올리는 수익은 회원과 쏘카가 5대 5로 나눈다. 언뜻 단순해 보이는 서비스지만 지난 7월 100명 모집에 열흘간 1만500여명이 몰려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결국 1차 서비스 대상 회원을 300명으로 늘려야 했다. 쏘카가 실시 한 달 뒤인 8월말 집계를 해보니 운영비를 한푼도 안내는 사용자가 29%에 달했다. 전체 이용자는 평균 10만8900원의 수익을 올렸다. 재공유하는 시간에 따라 운영 비용을 줄일 수 있고, 잘하면 용돈을 벌 수도 있다.

회사원 김민교(30)씨도 그중 하나다. 김씨는 약 한 달 동안 34만1551원의 수익을 올렸다. 운영비를 모두 내고도 14만원 이상을 남긴 것이다. 김씨는 "이용해 보니 내가 차를 이용하는 시간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적다는 것을 실감했다”며 “만약 차를 구입했다면 거의 대부분 주차장에 방치했을 텐데 차를 셰어링하면서 수익을 얻으며 효율적으로 굴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물론 ‘내차인 듯 내차 아닌’ 서비스라 불편한 점도 있다. 김봉진(39·회사원)씨는 “처음 차를 빌려간 사람이 약 400㎞ 정도를 이용했는데, 돌려받고 보니 차가 정말 엉망이었다”고 말했다. 세차 등 관리는 회원의 몫이다. 차량에 대한 운영권을 가진 대신 책임도 져야 하는 것이다. 타인에게 빌려줬을 때 사고가 나면 원래 빌린 사람이 보험처리 등 절차를 밟아야 한다.

어쨌든 쏘카는 시범 서비스 결과에 고무돼 이달 초부터 2차 참여자(100명)를 모집했고, 총 7000명이 신청해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쌍용차의 티볼리를 29만8000원(부가세 별도)에 이용하게 된다. 재공유 수익은 회원과 쏘카가 4대6으로 나눌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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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에서 공유로 가는 자동차 시장의 변화 조짐에 관련 대기업 투자도 늘고 있다. SK그룹은 지난해 쏘카에 590억원을 투자해 지분 20%를 확보했다. SK는 공유차를 플랫폼으로, 관련된 여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궁극의 스마트 디바이스(제품)인 자동차로 그룹사의 정보기술(IT)·주유·콘텐트 서비스 등을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린카는 롯데렌탈이 지난 3월 지분의 약 91%를 인수한 사실상의 자회사다. 회원 수 160만명, 차량 4100대를 돌파하면서 쏘카와 양강 구도를 이루고 있다.

국내 완성차 업체도 공유차, 나아가는 자율주행차에 주목하고 있다. 현대차는 현대캐피털과 함께 카셰어링을 제공하는 등 간헐적으로 서비스를 선보였다. 지난 6월엔 미국 우버 연구진이 현대차 남양연구소를 방문해 주목받기도 했다. 이곳에선 지난 7월부터 아이오닉 자율주행 택시가 시범운행하고 있다. 완성차 업체와 IT 거물들의 합종연횡이 계속되면서 자율주행차 상용화가 가속화될 전망이다.

현대차는 또 벤처기업인 제이카와 광주광역시에서 카셰어링 서비스를 시작했다. 수소차 15대, 일반 전기차 15대 규모로 아직은 소규모지만 2018년 상반기 현대차의 차세대 수소전기차 출시에 맞춰 이를 160대로 확대할 예정이다.

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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