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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에 다큐멘터리 "바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국내 TV다큐멘터리가 최근들어 서서히 변모하고 있다. 이같은 변화는 무엇보다도 ▲장르상의 다양화 ▲제작기간상의 장기화 ▲규모상의 대형화 등에서 찾아볼수 있다.
양TV사에서 현재 제작중인 특집다큐멘터리만해도 20여편에 달한다.
KBS-TV에서는 우선 지난 2월부터 제작에 들어가 오는 10월중 방영될 『경주남산』이 눈에 띈다. 「불국사로 가는 길」 「돌의 마음, 부처의 마음」 「해와 달의 나라」 등 각 60분물 3부작을 통해 신라인의 혼과 예술세계를 추적할 역사다큐멘터리다. 또 87년 신년특집으로 방영될 자연다큐멘터리 『코리아팬터지-태백산맥』은 한국의 영산들을 찾아 자연에 있어 정기의 의미를 해석해 본다.
KBS-TV는 또 근대 스포츠 태동기였던 구한말부터 지금까지의 스포츠사를 조명해보는 스포츠다큐멘터리 『한국스포츠 1백년사』를 8월중순 방영예정으로 제작중이고, 한국원양어업의 현주소를 찾아 남태평양과 북극을 취재한 해양다큐멘터리 5편도 빠르면 8월중순부터 선을 보인다. 또 4부작 자연다큐멘터리 『설악산의 사계』도 연중제작중이며(「겨울편」은 25일 방영), 문화다큐멘터리 『시공을 넘어서-거석문화의 신비』 『잃어버린 왕국-백제의 신비』도 기획에 착수했다.
한편 지난 2월부터 착수, 오는 10월 제작 완료할 60분물 휴먼다큐멘터리 『도심정복훈련-이제는 파란불이다』는 장애자들의 자립의지를 객관적으로 묘사하게 된다.
그러나 KBS의 가장 야심적인 기획은 70년대초 영국 BBC-TV가 제작, 방영했던 26부작 전쟁다큐멘터리 『제2차 세계대전』(World War Ⅱ)과 유사한 15부작 대형전쟁다큐멘터리 『비록-한국전쟁』이다. 실
『비록…』은 45년 해방부터 동란직후까지의 역사를 미공개자료필름·관계자증언·현장취재 등을 통해 생생히 재현할 계획인데 KBS는 이를 위해 지난 80년부터 미국국립기록보존소에서 30만달러상당의 16㎜필름을 구입해왔다(이 자료는 84년 『실록 그날』 등 몇개 프로에서 일부 공개됨). 그러나 KBS는 이 다큐멘터리를 놓고 엄청난 제작비용·인력문제로 제작시기를 못잡고 있다.
한편 MBC-TV 역시 올들어 음악다큐멘터리 『명곡의 고향』 등 45회분의 다큐멘터리를 해외제작하느라 바쁜 중에서도 야심적인 다큐멘터리들을 여러편 제작중이다,
지금까지 호평을 받아왔던 『한국의…』(야생화·바다밑·장승·새·나비·물고기·도깨비·탈 등)시리즈의 일환으로 『한국의 다리』가 8월중순 방영되며 『한국의 농사사계』 역시 내년 4월 방영을 앞두고 1년여동안 제작중이다.
또 자연다큐멘터리 『한강사계』, 문화다큐멘터리 『한국문화의 원류를 찾아서』 역시 내년초 방영을 앞두고 벌써부터 제작중이며 문명다큐멘터리 2부작 『광고1백년』, 6부작 『한국의 여인상』은 오는 10월께 방영된다.
이밖에 MBC-TV는 서해무인도의 「철새 어민」생활을 담은 자연다큐멘터리 『풍도사람들』(내년초 방영예정), 조선시대의 사초부터 현재 국회속 기록까지의 역사편찬사를 더듬어보는 『신한국사의 현장』(8·15특집), 국내에 흩어져있는 10여종의 『아리랑』을 모아 우리 민족의 한과 정서를 재조명해보는 문화다큐멘터리 『아리랑』(창사특집·오는 12월방영)도 활발히 제작하고 있다.
이같은 다큐멘터리제작의 활성화는 TV문화수준의 발전은 물론, 우리나라 문화풍토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내 TV다큐멘터리는 아직까지 문화·자연분야 등에만 치중하고 있다. 정치·사회적 접근은 굳게 막혀있으며 고발성 다큐멘터리 역시 전무하다.
『다큐멘터리의 가치는 「기록」에 있읍니다. 우리 역사의 격동기를 체험했던 당사자들이 살아있을때 만들어야지 때를 놓치면 영상역사는 영영 기록될수 없습니다.』 반민특위의 40년대, 제3공화국 태동기의 60년대 등을 TV로 다큐멘터리화하고 싶다는 한 관계자의 말은 설득력이었다. <기형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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