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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호주 이민 문호 아직 좁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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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김삼오<재호 「호주소식」발행인>
호주가 백호주의(White Australia policy)를 철폐, 동양인이민을 대폭 받기로 했다는 한국매스컴의 보도 때문에 이곳 교민들이 고국의 친지들로부터 많은 문의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선 자세한 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
백호주의란 무엇인가? 호주가 이민을 받는데 있어 공공연하게 유색인을 차별대우하는 정부 정책이라고 개념을 규정한다면 그런 정책은 없어진지 오래며 국민의식 속에 숨어있는 인종차별 감정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누가 철폐하고 안하고 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호주는 7월1일부터 시작되는 회계년도마다 전세계적(미국처럼 나라별이 아니라)으로 받을 이민 숫자를 정하여 발표하는데 신년도(1986∼1987)쿼터는 전년도보다 약1만 명 증가한 9만5천명이다. 이에 따라 금후 1년간 받을 숫자가 약간 늘 뿐 아시아인이민의 문호개방과는 관계가 없다.
경제적 측면에서 호주사회를 특징지으라면 야누스적인 양면을 말할 수 있다. 개인 당 GNP 약 1만1천 호주달러(1호주달러=5백65원)를 자랑하는 호주는 소비경제면에서 서구선진형 생활을 누린다. 그러나 2차 산업을 보면 이 나라가 아직 개도국단계에 있다는 것을 알게된다. 아직 국제규모의 자동차공장도 없다. 호주는 한국과 같이 자본수입국이며 무역적자를 원료수출로 메우고 있다.
넓은 국토와 무진장한 천연자원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산업의 취약성을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총 1천6백만이란 작은 인구규모, 그에 따른 협소한 국내시장 때문이다. 따라서 외국으로부터의 이민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러한 필요조건에도 불구하고 이 나라가 앞으로 이민을 대폭 받을 가능성은 두 가지 이유로 보아 희박하다.
첫째로 과감한 이민정책은 과감한 개발정책을 뜻하는데 국민들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과감한 개발정책은 장기적으로 보아 나라에 큰 이익을 가져오겠지만 단기적으로는 자연환경의 파괴, 사회간접자본의 애로현상을 가져와 각개인의 생활을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노동조합에 속해있는 노동자 및 봉급생활자들에게는 불리한 작업조건을 마다하지 않는 외국인들을 환영할 리 없는 것이다.
둘째로 국민동질성의 문제가 있다. 주지하다시피 호주는 영국계백인의 식민으로 만들어진 나라다. 2차 대전 이후 유럽이민을 많이 받은 결과, 현재 국민 네 사람 가운데 한사람이 비 영국계 이민자다 .호주는 이러한 인종적 균형을 크게 깨지 않으려는 것이다.
호주의 연 이민쿼터는 이러한 두 가지 요소가 타협된 결과 얻어진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민은 받되 국민여론에 충격을 주지 않게 서서히 엄선하여 국가이익에 맡게 받는 정책이라 할 수 있다.
이 쿼터한도에서 이민을 선정하는 원칙이 있다.
먼저 가족재결합원칙에 따라 부부와 미성년자녀는 초청하면 거의 자동적으로 들어올 수 있다. 부모는 은퇴기연령(남자 65세, 여자 60세)이면 쉽게, 그렇지 않으면 일정한 조건하에 이민이 가능하다. 형제자매, 성년자녀는 초청을 해도 취업 가능성·경력·교육·연령 등 항목에 따라 점수를 매겨 합격해야 들어올 수 있다. 금년 7월1일부터 이것을 조카에까지 확대했으나 문은 역시 좁다.
두 번째는 호주가 필요로 하는 기술자다. 정부는 매년 부족기술분야 리스트와 각분야쿼터를 정해놓고 받는 방식인데 벽돌공·컴퓨터기술자·요리사·전기공 등 대개 기능직에 치중되어있다.
다른 하나는 기업주가 해외에 있는 인원을 지명, 그런 사람을 현지에서 구할 수 없다고 주장하면 데려올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 수는 매우 적다.
또 특수이민이 있어 운동·연예계에서 잘 알려진 사람, 또 기타이유로 호주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받는 길을 터놓았다. 이 종목에 속하는 것으로 은퇴기에 있는 사람이 호주에 와서 직업을 안 가져도 가진 돈으로 살수 있다면 이민할 수 있다.
그 외 앞으로 한국사람들의 큰 관심사가 될 수 있는 종목으로 사업이민(business migration)이라는 것이 있다. 15만∼50만 호주 달러를 가져올 수 있고 기업경력·좋은 사업계획을 제시하면 이민할 수 있다. 이 두 가지의 최저금액 가운데 어느 쪽을 적용하는가는 신청자의 자격·사업의 성격에 따라 다르다.
현재까지 한국으로부터 사업이민은 거의 전무상태다. 한국정부가 많은 외화를 갖고 나가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라 한다.
이민장관 「크리스·헐퍼드」씨는 연 이민쿼터를 내년에 11만 명, 그 다음해 12만 명 정도로 늘려나갈 계획을 갖고있다. 이와 함께 또 호주교민사회가 커짐에 따라 한국인호주이민은 서서히 늘고있는 추세에 있다. 연 약6백 명 정도 수준으로 들어오던 한국이민자가 지난5월말까지 11개월 동안에는 1천2백50명으로 늘었다.
이 가운데 4분의1이 입양아며 그 외 대부분이 가족초청에 따른 이민이다.
이렇게 볼 때 한국인 일반의 호주이민 길은 아직도 매우 좁다. 앞으로 하나라도 더 많은 한국사람이 들어올 수 있는 방법은 앞에 간단히 소개한 이민심사방법의 내용을 알아 자격 있는 사람이 많이 응하는 것이다. 백호주의 철폐 및 완화와는 관계가 없다.
◆필자는 서울 코리아 헤럴드기자를 지내고 78년 호주로 가 시드니에서 교포신문 「호주소식」(The Korean Community News)를 발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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