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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열 경기-외채 억제가 초점|하반기 경제 운용 계획에 담긴 뜻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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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우리 경제의 매우 중요한 전환점이 될 올 하반기 경제 운용 계획의 틀이 잡혔다.
단기적으로는 경기의 급속한 상승에 따른 부작용을 미리 막고, 장기적으로는 모처럼 맞게되는 국제 수지의 흑자 기조를 두고두고 우리 것으로 만들기 위한 기초를 튼튼히 하겠다는 것이 기본 골격이다.
올 상반기 중의 경제 운용 실적과 그 내용을 들여다 볼 때 이 같은 방향 설정은 당연한 것이며 또 이미 정부가 취하고 있는 정책 기조의 연장이기도 하다.
비록 수출과 투자가 주도했다고는 하지만 올 상반기 중의 성장 내용은 우리 경제의 자생적인 체질 개선 때문이라기보다 3저로 불리는 위생적인 요인에서 비롯된 것이며 6억 달러에 달하는 모처럼의 경상 수지 흑자는 원유 수입 대전 감소 (올 상반기 중 18억 달러로 지난해 동기보다 11억 달러 감소)가 주요인이라는 것 하나만을 놓고 보더라도 그리 대견한 것이 아님을 정부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해외부문에서의 통화 환수에 초점을 맞춘 하반기의 통화 긴축과 과소비, 부동산 투기의 억제, 대일·대미 무역 구조의 개선, 품귀가 예상되는 물자 수급의 조절 등은 별로 새로울 것도 없고 또 당연한 조처이기도 하다.
다만 특기할만한 것은 하반기 중 원화가 사상 최초로 소폭이나마 절상될 전망이라는 점과 정부가 경제 운용 계획상의 수정 목표를 공식적으로 내놓지 않고 있다는 점, 그리고 올 하반기가 내년부터의 본격적인 개방 시대를 앞둔 매우 중요한 시기라는 점등이다.
원화의 소폭 평가 절상은 해외 부문에서의 통화 증발, 국내 물가 불안 요인, 대외 통상 마찰 등을 생각할 때 정부가 피할 수 없이 택해야할 정책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환율을 소폭 인하함으로써 해외 부문의 통화 증발에는 즉각 제동이 걸리고, 물가 불안 요인을 어느 정도 씻을 수 있으며, 대외적인 효과도 충분히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하반기의 대대적인 원화 평가 절하 이후 불과 1년도 채 안된 일이지만 이 같은 정책 전환은 차관 도입 등 여타 정책 운용은 물론 기업 경영에도 매우 큰 의미를 갖는다.
기업들로서는 이제 환율 인상에 따른 인위적인 가격 경쟁력 향상의 「단맛」에만 더 이상 기댈 때가 아님을 인식해야되고 부품 개발이나 품질 향상·원가 절감 등을 통해 구조적으로 탄탄한 경쟁 체질을 갖추어야 할 때가 왔음을 뜻한다.
엔고의 시절에 기회를 놓치면 수출 구조 개선의 호기는 다시 맞기 힘들다는 것을 생각할 때 이 같은 체질 개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친 일이 아니다.
또 국제 금리가 하향 추세에 있는 데다 환차손의 걱정까지 없어짐으로써 늘어날 수 있는 무분별한 상업 차관의 도입 등도 경계해야 한다.
벌써 올 상반기 중의 상업 차관 도입은 8억4천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두배 가까이 늘어났다.
한편 정부가 올 경제 운용 계획의 수정 목표를 굳이 내놓지 않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기는 하나 한은이나 한국 개발 연구원이 올해의 성장률을 9·5∼10%, 경상 수지 흑자를 13억 달러 정도로 고쳐 잡고 있는 것을 보면 올해의 우리 경제가 어느 정도까지 갈 것인가를 예측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문제는 올 하반기 경제 운용의 틀이 올해의 경제 성장을 내실화하는 데에만 그치지 않고 내년·내후년을 겨냥하고 있어야 한다는데 있다.
당장 내년에는 선거로 인한 재정 수요 팽창의 복병이 도사리고 있고, 한미 통상 협상의 결과로 본격적인 개방의 파도가 또한 밀어닥치게 되어 있다.
올 하반기는 대외적인 여건의 호전 속에서 기초 작업을 하기에는 수월한 편이나 경제 운용상의 어려움은 정작 내년부터라고 할 수 있다. <김수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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