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트에 함께 있는 게 우승보다 좋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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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건강이 허락하는 한 코트를 떠나고 싶지 않다.』 인천송도고의 「할아버지 코치」전규삼(71) 옹은 승패는 초월한 듯 우승의 기쁨보다도 농구코트와 함께 있는 것이 그저 좋다며 미소를 짓는다.
애오라지 27년째 선수들을 자식 삼아 송도고 코치로만 농구와 인연을 맺어왔다.
지난60년 4·19 나던 해 코치로 부임한 이래 이제껏 4반세기를 넘게 한눈 한번 팔지 않고 한 학교에서 같은 일을 반복해 온 것이다.
『이제는 선수들이 아예 할아버지라고 불러요. 나도 선수라기보다 손주 같이 느껴져요.』 전옹은 자녀 없이 30여 만원의 박봉으로 부인 김점분 (65) 여사와 단둘이서 어렵게 살고 있지만 후회는 없다고 말한다.
국내 어느 코치보다도 기본기에 역점을 두고 선수를 가르쳐 온 전 코치는 유희형 서상철 김인진 김동광 김형년 이충희 등 기라성 같은 스타플레이어들을 배출했다. 특히 특유의 『소방차 공격』 (드리 볼 없이 패스로 이어지는 질풍 같은 속공)으로 불리는 속공은 전 코치가 창출해놓은 송도고의 트레이드마크.
또 전 코치는 이제까지 수비에서도 지역방어가 아닌 정통적인 철저한 대인방어를 구사해 고교 농구에 돌풍을 일으켜왔다. 키 작은 이충희 선수가 몸을 뒤로 꾸부리고 슛을 하도록 한 것도 전 코치가 가르친 것이다. 『추석 때나 연말연초엔 결혼한 선수들이 부부가 함께 인사를 올 때면 가슴이 뿌듯해요.』 고희를 넘긴 전 옹은 올해 들어 젊은 강식선 (송도고-고려대-산업은) 코치를 데려와 은퇴준비를 하고 있다. 전옹은 개성 송도중 (송도고전신) 시절 농구선수로 활약했으며 일본 법정대 경제과를 졸업, 45년4월부터 본교에서 교사생활을 했다. <노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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