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패션에 「마」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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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천연섬유 마를 소재로 한 의상들이 86년 여름패션가를 휩쓸고 있다. 바람이 잘 통하고 땀 흡수가 잘되며 촉감이 차가우며 시각적으로도 청량감을 주는 마 의류는 값비싼 디자이너의 부틱 제품 등에서는 70∼80%, 일반 시장제품의 경우에도 올 여름 의류 중 30∼40%를 차지하고 있다고 의류 유통업계 전문가들은 얘기한다. 그러나 마는 물빨래에 약하고 구김살이 잘 가는 등으로 하여 취급에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여름 의류의 대표적인 소재인 마는 최근까지만 해도 일부 특수층을 대상으로 한 고급의류로만 한정되어 사용되었다.
그러나 85년께부터 서서히 일기 시작한 마 바람은 올 여름에는 열풍으로 몰아닥쳐 블라우스· 스커트· 원피스· 수트 등 각종 스타일의 옷에 폭 넓게 활용되고 있다.
지난6월 중순에는 신세계 백화점이「마 제품의 모든 것」이란 구호를 내걸고 마 관련제품의 쇼 및 마의 재배부터 제품생산까지의 과정을 보여주는 전시회를 가져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마는 대체로 50∼60종이 있으나 의류 등으로 사용되는 것은 아마(리넨)·저마(라미)·대마 (헴프) 정도. 한국에서는 예부터 저마는 모시, 대마는 삼베로 생산, 이용되었다.
그러나 패션의류의 주된 소재인 아마는 국내생산이 여의치 않아 실을 수입해 다 옷감을 짜 쓰거나 옷감을 수입하고 있다는 것이 직물업계의 얘기. 1백% 마뿐 아니라 마에 폴리에스터· 레이온·목면 등을 석어 짠 다양한 옷감들이 개발되어 이용되고 있다고 패션 코디네이터 허준씨는 얘기한다. 가격은 브랜드 제품이 블라우스가 3만∼7만 원선, 원피스 10만∼20만 원 선이다. 1필 30만원이 넘는 모시로 만든 사파리형 빅 블라우스(20만원)도 있다. 마가 유행하자 가정주부 남혜인씨 (39· 서울시 잠실동)는 15년이나 묵혀뒀던 혼수 모시로 멋진 블라우스를 해 입었다고 자랑하기도 한다.
종래의 마직물은 염료의 침투효과가 좋지 않아 흰색·살색 등 엷은 색 위주였으나 최근에는 합성직물 개발과 염색술 발달로 남색· 초록· 빨강·노랑 등 짙은 원색과 화려한 꽃무늬· 줄무늬· 체크무늬 등이 다채롭게 선보이고 .있다.
대체로 마제품은 통기성·열전도성·흡습성 등이 좋으나 섬유질이 굵고 거칠어 딱딱한 질감에 구김이 잘 가는 것이 단점. 리넨은 다른 마제품에 비해 섬유질이 가늘고 부드럽고 유연성이 있어 고급의상 소재로 인기가 높다.
그러나 물세탁을 하면 줄어들어 옷을 아름다운 형태로 유지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옷 빛깔이 뿌옇게 퇴색하는 등의 단점이 있다. 따라서 대부분 리넨의류의 세탁 법은「드라이 클리닝만 하라」 고 못박고 있다.
그러나 땀흘리는 한여름 옷을 입은 후마다 드라이 클리닝을 한다는 것은 경제적 부담 뿐 아니라 어쩐지 계속 옷에 땀이 배어있는 듯해서 석연치 못하다는 것이 일반 여성들의 불만.
의류 직물학의 서규화 교수(이화여대)는 외출하고 돌아온 후에는 곧바로 옷을 벗어 그늘에 말리고 겨드랑이·목 등 땀이 배기 쉬운 부분은 찬물에 적셔 짠 거즈수건 2장으로 두들겨 땀기를 닦아낸 후 다림질을 해두면 비교적 오래 깨끗이 입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허준씨는 리넨 옷을 깨끗이 물빨래를 한 후 완전히 마르기 직전에 깃· 소매 등의 이음새를 손으로 펴서 모양을 바로잡고 풀기가 든 분무기(시중에서 수입제품을 팔고 있다. 보통 2천5백원)로 뿌린 후 다림질을 하면 크게 지장이 없다고 한다.
그러나 역시 녹색·검정 색 등 짙은 빛깔은 여러차례 물세탁을 하면 탈색하여 희뿌옇게되므로 여름옷으로는 엷은 빛깔이 적당하다. <박금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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