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쉬"만 하는 식중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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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식중독 입원환자가 몇명이나 됩니까.
병원=글쎄요. 정확히 모르겠는데요.
-지금 환자들 상태는 어떻습니까.
간호원=전 잘 몰라요.
-왜 신고하지 않았습니까.
회사=자체수습으로 끝내려했습니다.
-무얼 먹고 복통을 일으켰나요.
환자=…….
섬유회사 구내식당에서 집단식중독 사고가 난 하루 뒤 이들이 입원한 대림성모병원.
모두가 묵묵부답-. 결사적(?)으로 기자의 눈과 귀를 막고 있었다.
환자들이 나뉘어 입원해 있는 3·6·9·10·11층과 1층 원무과를 수 차례 오르내린 끝에야 간신히 전모가 밝혀졌다.
지난 2일에도 똑같은 상황이 있었다. K사직원식당에서 야식을 먹은 근로자 30여명이 집단식중독을 일으켜 병원신세를 졌으나 회사측도 병원측도 환자들도 하나같이 사고를 감추고 있었다.
대외적 명예실추를 막기위한 회사측의 강력한「보안작전」.
지저분한 주방, 비위생적 보관상태. 우리 주변에 식중독을 일으킬 요인은 얼마든지 있다.
지난 5년간 전국에서 발생한 식중독환자는 3천2백89명. 이중 76명이 목숨을 잃었다. 매년 16명꼴로 숨진 셈이다. 신고가 안된 것까지 합치면 이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이 잘못 처리된 음식을 먹고 숨져갔으며 그중 절반이상이 여름에 변을 당했다.
여름철 불청객 식중독. 사람의 목숨까지도 쉽게 앗아가버리는 날벼락 변이다.
그저 숨기기만 하는 보안제일주의는 당장 관계자의 체면은 살려줄지 모르지만 시민위생의 향상에는 역효. 덮어두고 감추기보다는 터놓고 잘못과 부주의를 고쳐나가는 노력이 이제 필요한 때다. 식중독 정보와 함께 맹목적인 보안제일주의에 경보를 울려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

<김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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