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한 얘기 말고, 내가 왜 이 회사에 필요한지 보여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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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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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부산대학교 본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2016 지역인재 채용설명회’. 삼성·SK·LG·포스코 등 주요 9개 그룹 22개 계열사가 참여했다. 기업의 인사담당자와 해당 기업에 취직한 선배들이 학생들에게 취업 정보와 노하우를 설명했다. [사진 전국경제인연합회]

“엄하신 아버지와 자애로우신 어머니 밑에서 1남1녀 중 첫째로 태어나 교육받았습니다. 누구 못지 않게 성실하고 정직하게 자랐다고 자부합니다. ○○건설(실제론 ○○산업)은 이런 저에게 최고의 직장이라고 생각합니다….”

8개 그룹 인사담당자들의 조언
삼성 에세이 방점, SK 스펙 최소화
LG 인적성 샘플문제, 사이트 제공
포스코 전공 무관 융복합 인재 선발

입사지원서의 자기소개서를 이렇게 쓰면 떨어질 가능성이 아주 크다. ‘자애로운 부모님’과 ‘최고의 직장’ 등은 판에 박힌 미사여구(美辭麗句)이며, 진정성도 떨어진다는 인사 담당자들의 설명이다. 기업명을 잘못 쓰는 건 치명적이다. 이들은 솔직 담백한 자기소개서를 주문했다. 자기소개서란 지원자의 직무관련 경험과 역량을 얼마나 잘 녹여내는지가 중요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11일 하반기 취업시즌을 앞두고 자기소개서와 면접 등에 임하는 노하우를 공개했다. 지난 5~8일 경북대와 부산대·전남대·충북대에서 열린 ‘2016년 지역인재 채용설명회’에서 삼성·SK·LG·포스코 등 주요 8개 그룹 인사담당자들이 취업준비생들에게 조언한 내용들을 정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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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그룹별 채용제도를 보면, 삼성그룹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직무적합성 평가를 한다. 직무적합성 평가는 지원자의 전공과목 이수내역, 활동경험·에세이 등을 통해 지원자가 해당직무에 적합한지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과정이다. 특히 에세이의 내용이 중요하다. 본인이 해당 직무를 위해 어떤 준비과정을 거쳤는지를 부각해야 한다. 3단계 면접전형 중 하나인 창의성 면접은 주어진 주제에 대해 지원자가 40분간 검토해 10~15분간 발표한 뒤, 면접담당자와 토론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지원자가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어떻게 전개하느냐가 중요하다.

SK그룹은 스펙을 최소화하고 직무능력 중심의 채용을 진행한다. 지원서류에 사진·어학성적·해외경험 등의 기입란을 삭제하고, 자기소개서 위주로 서류전형을 진행한다. 자기소개서는 지원자의 경험이 회사의 인재상과 얼마나 잘 부합하는지에 초점을 맞춰 솔직하게 작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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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그룹은 서류 통과 뒤 한자·한국사 등이 포함된 인적성검사에 응시해야 한다. LG 채용홈페이지에서 샘플문제를 풀어볼 수 있다. LG전자는 일부 직무(하드웨어·소프트웨어·기구·회계)의 경우 직무지필시험을 한다. 면접은 직무와 역량부분을 보는 실무면접과 임원면접이 있다. 영업·마케팅 직무는 1박2일 합숙면접을 한다. 또 LG디스플레이는 영업기술·영업마케팅 직무의 경우 영어·중국어 등의 외국어 능력을 우대한다.

포스코그룹은 올해부터 전공에 관계없이 직군별 모집에서 계열별(이공계·인문사회계) 모집으로 전환하고 복수전공자를 우대한다. 융복합형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서다. 그간 직군별 모집을 통해 뽑은 인재들이 자신의 분야에는 해박하지만, 다른 분야를 이해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자기소개서를 쓸 때는 미사여구 사용을 조심해야 한다. 회사의 직무에 대한 이해도와 본인의 진정성 등을 잘 녹여내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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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의 인재상은 ▶진취적 성향 ▶국제적 감각 ▶서비스 정신을 가진 ▶성실한 조직인 ▶팀플레이어다. 자기소개서에는 이 다섯 가지 인재상에 맞게 본인의 강점이 잘 부각되도록, 직접 경험한 사실을 들며 작성하는 것이 좋다. 오타와 비속어 사용은 특히 주의해야 한다. 간결하고 한눈에 들어오는 자기소개서를 써야 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면접에서는 항공운송사업의 특성상 동료의 의견을 경청하고 함께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팀 플레이어로서의 자질을 잘 드러내는 게 중요하다”며 “준비한 내용을 외워서 답변하는 것보다는 상황에 맞게 창의성 있는 답변을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한화그룹도 인재상을 강조했다. 자기소개서는 그룹 인재상인 ‘도전·헌신·정도(正道)’에 본인의 경험을 접목시켜 작성하는 것이 중요하며, 직무역량을 뒷받침할 수 있는 사례를 중심으로 적어야 한다. 단어사용도 주의해야 한다. 서류와 면접 모두 가급적 현업에서 쓰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 유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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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그룹의 경우 회사명 오타는 자기소개서의 첫째 검토항목이다. 필기전형 중 인성검사에서는 의도적으로 긍정적인 답변만 고집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 대림산업은 두괄식에 간결한 표현을 선호한다. 대림수산·대림통산 등 대림그룹과 관련 없는 회사를 관계사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주의해야 한다. 대림산업을 대림건설이라고 적어도 감점을 받는다.

전경련 송원근 경제본부장은 “스펙을 보지 않는 대기업들이 많아지면서 자기소개서의 내용이 중요해지고 있다”며 “특히 올해 하반기 대졸공채에서는 직무경험을 중점적으로 보겠다는 회사가 많은 만큼, 이를 자기소개서에 잘 드러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준호 기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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