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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연재소설] 분홍 돼지로 변한 마루에게 푹 빠진 이스터 장군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분홍 돼지로 변신한 마루는 누가 봐도 진짜 예뻤다. 파스텔 톤의 분홍빛은 마치 갓 태어난 아기 돼지의 여린 속살 같았다. 아찔하게 올라간 긴 속눈썹은 깜빡거렸다. 샛별 같은 검은 눈동자는 깊은 호수 같았다. 도톰한 입술은 강렬한 핑크빛으로 반짝였다. 이스터 장군은 마루를 으스러지게 껴안았다.

판게아 - 롱고롱고의 노래<53> 이스터 장군의 과거

“이런 미남이 내게 오다니, 난 행운아야.”

마루는 과하게 튀어나온 이스터 장군의 눈알 때문에 미칠 지경이었다. 두 개의 눈알은 용수철이 달린 것처럼 팅팅 흔들렸다. 징그러웠다.

“어떻게 저런 눈이 있을까? 사람이 아닐 거야. 사람 분장을 했다거나…? 아니야, 저건 괴물이야. 괴물!”

마루는 떠들었지만 이스터 장군에게는 그저 분홍 돼지가 꿀꿀거리는 소리로만 들리는지 반응이 없었다. 마루는 이스터 장군의 품에서 빠져나가려고 몸을 비틀었다.

“네가 배가 고프구나. 그래 마음껏 먹어라. 난 통통한 게 좋아.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게 좋지.”

이스터 장군은 마루가 먹을 음식을 잔뜩 가져왔다. 마루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침을 뚝뚝 흘렸다. 기다란 혀는 음식을 휘감아 올렸다. 그러자 이스터 장군이 마루에게 직접 음식을 먹여주었다. 마루가 예뻐 어찌할 줄 몰라하는 표정이었다. 마루는 게 눈 감추듯 음식을 홀랑 먹어 치웠다. 넘쳐나던 음식이 거의 사라지자 이스터 장군이 놀란 눈으로 마루를 쳐다보았다.

“먹는 것도 환상적으로 귀엽구나. 우쭈쭈. 더 먹어. 다 먹어. 또 갖다줄게.”

이스터 장군의 부하들은 계속 음식을 가져왔고 그는 마루의 입에 음식을 계속 넣어주었다. 마루는 음식을 씹지도 않고, 꿀꺽 목으로 넘겼다. 이스터 장군이 고개를 갸웃하며 웃었다.

“음식을 제대로 먹을 줄 아는구나. 귀여운 돼지 같으니라고. 진짜 돼지 닮았다니까.”

마루는 무섭게 먹어 치웠다. 이스터 장군이 먹일 필요도 없었다. 장군의 손에 있는 음식을 먹느라 그의 손까지 먹을 뻔했다. 놀란 이스터 장군이 뒤로 물러나면서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미남이 아닐지도 몰라. 미남 분장을 한 진짜 분홍 돼지?”

이스터 장군은 마루를 넋 놓고 쳐다봤다.

마루는 돼지 마냥 음식뿐 아니라 주변의 모든 것을 먹어치우고 있었다. 자신도 놀라고 있었다.

“왜 이렇게 맛있지? 죄다 맛있어.”

마루는 이스터 장군에게 윙크까지 하며 먹었다. 이스터 장군은 게걸스럽게 먹어치우는 마루 옆에 앉아 주절거리기 시작했다.

“내가 한때 레뮤리아 대학에서 윤리를 가르치는 교수였지. 하하. 지금은 장군이지만….”

마루는 내심 깜짝 놀랐다.

“교수? 그렇다면 진짜 폴리페서가 맞단 말인가? 에잇, 사이비 교수 같으니라고. 골리 쌤이 썸과 썸 타길 잘했지. 저런 중늙은이 폴리페서와는 절대 안되지. 그럼.”

마루는 먹는 걸 멈추지 않았다.

“레뮤리아 대학은 천재와 수재만이 공부할 수 있는 수준 높은 대학이었어. 최고의 엘리트만 있는 곳이었다. 그런 대학에서 내가 윤리를 가르쳤단 말이다. 하하.”

이스터 장군은 자신을 칭찬하며 떠들었다.

“대놓고 자랑이구나. 폴리페서야. 뇌물·금품수수 뭐 이런 걸 잘했겠지. 네가 무슨 교수냐? 도대체 뭐가 중요한데? 중요한 게 뭔지도 모르는 폴리페서 같으니라고.”

마루는 엉덩이를 들어 이스터 장군 얼굴 쪽으로 방귀를 부욱 뀌었다. 이스터 장군은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떠들었다.

“내가 스타 시티에 살 때였지. 미남! 너에게도 언젠가 스타 시티의 위대한 클래스를 보여줄게. 스타 시티의 여자들은 예뻤어.”

마루가 먹던 걸 멈추었다.

“음… 스타 시티에 가봐야겠군.”

“내가 여자들에게 인기있는 스펙이잖아? 외모면 외모, 학벌이면 학벌, 인지도까지. 게다가 장군이지… 하하.”

마루는 이스터 장군이 하는 말을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았다.

“남자들의 무용담이란… 이스터 장군, 보기와는 다르게 말할 친구도 없는 외로운 사람인가 보군. 그나저나 용수철 눈알이나 어떻게 좀 하지. 성형을 하든가.”

마루는 이렇게 말하며 그저 먹었다. 마루의 배가 임산부처럼 부풀어 올랐지만 알지 못했다. 이스터 장군은 자신의 무용담에 빠져 떠드느라, 마루는 음식을 먹느라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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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임수연

이스터 장군과 결혼할 위기에 놓인 마루 

갑자기 이스터 장군이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괴상한 언어로 이야기했다

“시스바스 그스여스자스 는스내스여스자스가스되스어스….”

마루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이스터 장군을 보았다. 이스터 장군은 마루의 그런 모습을 보고 또 뽀뽀를 했다.

“어쩜 이렇게 예쁘냐? 어서 많이 먹어.”

마루는 이스터 장군의 입술을 피하려고 했지만 소용없었다.

“귀여운 미남. 방금 내가 욕을 했단다.”

마루는 깜짝 놀라 소리쳤다.

“욕이라니? 허허. 윤리 교수가 매우 비윤리적이고만. 이거 이거 안 되겠는데?”

“내가 레뮤리아 대학으로 오기 전에, 스타 시티에서 매우 유명한 정치가였잖아? 하하. 스타 시티의 수퍼 스타라고나 할까? 하하. 그런데 시스바스! 그 여자들이 나를 거부했지. 이 수퍼 스타를 말이야. 난 그 여자들을 힐라몬스터 마법사에게 데려가서 미남으로 만들어달라고 했지. 우하하.”

화가 난 마루가 그를 향해 소리쳤다.

“99%의 허세와 1%의 폭언으로 만들어진 너의 스펙! 누가 널 좋아하겠어? 지금 얘기도 지어낸 이야기일 거야. 그런데 더 웃긴 건 99%의 허세와 1%의 폭언으로 정치를 하다니 그 나라는 곧 망했겠네.”

“네 말이 맞아. 나한테는 정치가 안 맞는 거야. 그래서 정치와 비슷한 일을 할 수 있는 직업을 찾아봤어. 바로 교수였어. 그것도 윤리 교수. 우하하. 내가 말하고도 웃기다.”

마루는 고개를 끄덕이다가 놀란 눈으로 이스터 장군을 쳐다보았다.

“내 말을 알아들은 거야?”

그러나 이스터 장군은 대답이 없었다. 계속 자기 얘기만 떠들었다.

“힐라몬스터 마법사가 나에게 말했어. ‘너는 유명해 질 것이다. 전 우주적으로’ 이제 이해가 되지?”

마루는 먹던 걸 토했다. 더 이상 먹을 수가 없었다. 마루는 아까보다 세 배 이상 불어있었다. 완전 뚱땡이였다. 몸이 공중으로 떠올라 버둥거렸다. 이스터 장군과 마루는 서로 어정쩡하게 쳐다보았다.

“이게 무슨 일이야?”

마루는 무서워졌다.

“드디어 나와 결혼할 수 있겠어. 당장 날짜를 잡자!”

마루는 화들짝 놀랐다.

“뭐 결혼? 용수철 눈이랑 결혼이라니 말도 안 돼. 난 남자야 남자라고. 난 결혼할 수 없어. 아니, 결혼 못 해.”

마루가 고래고래 소리질렀다. 하지만 이스터 장군은 오히려 기뻐했다.

“나와 결혼한 미남들이 아주 많단다. 넌 그중 하나일 뿐이야.”

마루는 어안이 벙벙했다. 이스터 장군은 마루를 안고 비밀스런 벽의 문을 열었다. 그곳엔 마루처럼 생긴 미남들, 분홍 돼지들이 득실거렸다.

“이건 돼지우리야, 돼지우리.”

“내일 결혼식을 치르자. 내일 결혼식을 위해 맨 뒤에 있는 저 미남부터 잡아먹어야지.”

마루는 몸이 굳어지는 걸 느꼈다.

“네가 말하는 결혼이란 게 살을 찌워서 잡아먹는 거였어?”

마루는 지금까지 먹었던 걸 도로 토해내고 싶었다.

이스터 장군의 부하는 그가 가리킨 맨 뒤 분홍 돼지를 데리고 나갔다. 그리고 문을 잠갔다. 마루는 멍한 표정으로 분홍 돼지들 사이에 서있었다. 다른 분홍 돼지들이 마루를 에워쌌다.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음식에 정신이 팔려서 미쳐버린 거야. 내가 이스터 장군에게 접근한 목표를 새까맣게 잊어버리고 먹기만 했다니… 사비야, 사비야 도와줘!”

 

과거로 향하는 규칙을 찾은 수리

“앗.”

수리와 아메티스트는 엄마와 모리로부터 멀어지고 있었다. 엄마와 모리는 이제 보이지도 않았다. 곧 노란 집 앞에 도착했다. 수리가 아메티스트를 붙잡고 말했다.

“우리가 지나온 여정을 다시 살펴보면 한 가지씩 놓친 게 있어. 지금에서야 깨달았어.”

수리는 흥분해 있었다.

“진짜 알아낸 거 맞지?”

아메티스트도 흥분하긴 마찬가지였다.

“잘 생각해 봐, 아메티스트. 우리는 지금 옛날의 어느 시점으로 가고 있잖아? 그런데 그게 매우 규칙적이야. 룰이 있다고!”

수리는 어린애처럼 방방 뛰었다.

“규칙적? 룰?”

아메티스트는 마치 교수 강의를 듣는 학생 같았다. 수리는 소녀의 그런 모습이 흐뭇하고 예뻤다.

“결국….”

수리는 침을 꼴깍 삼켰다.

“결국….”

아메티스티도 침을 꼴깍 삼켰다.

“결국, 주소를 가르쳐 주는 것 같다. 그게 메시지인 거야. 주소를 알고나면 우리는 그 많은 숫자들의 비밀을 알게 되겠지. 그리고 나비의 못다 한 노래를 부를 수 있게 되는 거지. 노래, 그래! 내 꿈에서 거인들이 노래를 불렀었어.”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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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윤은 시인·소설가.
판게아 시리즈 1권 「시발바를 찾아서」,
2권 「마추픽추의 비밀」,
3권 「플래닛 아틀란티스」 를 썼다.

소년중앙에 연재하는 ‘롱고롱고의 노래’는
판게아 4번째 시리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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