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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동시발사로 한·미 미사일방어체계 구멍 노렸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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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5일 황해북도 황주 인근에서 세 발의 미사일을 거의 동시에 발사했다고 군 관계자가 6일 말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은 올들어 30발이 넘는 미사일을 발사했다. 하루에 한번 쏜 적도 있지만 하루에 여러발을 쏠 때는 30~1시간 가량 시차를 두고 발사실험을 했다"며 "그러나 5일에는 1분 이내에 3발을 쐈고, 그중 2발은 거의 같은 시간에 발사 버튼을 눌렀다"고 전했다. 실제 북한이 6일 공개한 노동신문 사진등에선 두 발의 탄도 미사일중 한발이 이동식미사일발사대(TEL)를 떠나는 순간 다른 TEL에 있던 미사일에 점화가 되는 장면이 나왔다. 고속도로 위에 TEL 3대를 세워놓고, 한 발을 쏜 직후 두발을 동시에 쏜 셈이다.

군당국은 북한의 이같은 발사 형태를 두고 한미 정보당국이 어느 정도 포착할 수 있는지 점검해 보고, 다양한 발사 상황을 실험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국방안보포럼 양욱 선임연구위원은 "미사일을 발사할 때 안정성이 없으면 발사와 동시에 폭발할 수도 있다"며 "이 때문에 실험때는 순차적으로 쏘는게 일반적이지만 북한은 상당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고, 실전에선 여러발을 동시에 쏴야 할 상황도 있기에 여러 형태로 발사실험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제는 동시에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레이더 상으로만으론 몇 발인지 분석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공중에서 따로 날아 가더라도 1단과 2단이 분리된 것인지 각각 다른 미사일인지 분간하는데 시간이 걸려 요격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얘기다. 동시에 북한이 여러발을 쏠 경우 주한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나 패트리어드 요격미사일 즉 미사일방어(MD) 체계에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요격에 실패해 동시에 두 발이 비슷한 장소에 떨어진다면 피해규모도 커진다. 북한은 특히 이날 실험에서 유도 실험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어 미사일의 비행안정성 점검은 물론이고 유도장치를 탑재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북한이 5일 쏜 미사일의 종류를 두고 군과 전문가들 사이에 이견이 나오고 있다. 군은 노동미사일로 분석하고 있는 반면, 전문가들은 스커드-ER 미사일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실제 북한이 공개한 발사장면에 등장하는 TEL에는 한쪽 바퀴가 4개로 보인다. 이는 스커드 미사일 발사대로 노동미사일 TEL은 한쪽 바퀴가 5개다. 또 탄두 모양도 끝이 뾰족한 원뿔형으로 스커드-ER과 유사하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북한이 개량형 스커드-ER 미사일을 쏜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전략사령부도 이날 두 발은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이고 나머지 하나는 정밀분석중이라고 공개했다.

이에 대해 합참 관계자는 "미사일의 궤적이나 RCS(레이더 반사면적), 미사일 속도 등을 고려해 노동미사일로 보고 있다"며 "노동신문에 나온 사진을 참고해 다시 확인을 해 봤지만 1300㎞의 노동미사일 사거리를 줄여 1000여㎞를 쏜 것으로 결론냈다"고 말했다. "이는 한미 정보 당국의 공통된 분석"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사진상에 나온 발사대나 탄두는 스커드 용이 맞다"며 "이는 북한이 노동미사일을 스커드 발사대를 이용해 쐈거나 노동미사일의 탄두를 다양하게 운용하고 있을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어 우리가 예상하고 있는 것보다 북한의 미사일 위협이 커지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을 과소평가해 왔던 군당국은 지난해 말부터 '고도화'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어 북한 미사일에 대한 평가가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양 선임연구위원은 "(노동을 스커드 TEL에서 쐈다는) 군의 분석이 맞을 수도 있지만 미사일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탄두인데 노동미사일을 스커드 미사일용 TEL에 실을 경우 탄두 부분이 트럭 앞쪽으로 튀어나와 보호할 수 없다"며 "스커드-ER로 1000㎞이상을 여러발 동시에 쏠 수 있다는 능력을 과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미사일의 크기나 형태를 봤을때 북한이 가장 많은 수량을 보유한 스커드 미사일의 발사 전술을 시험한 것이란 얘기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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