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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의 못 말리는 '세계 최고병'…다음엔 뭐?

중앙일보

입력

도미노 드롭샷 [사진=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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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에 열광하는 두바이의 기록 본능의 끝은 어디일까.

아랍에미리트(UAE) 연방을 대표하는 두바이는 중동의 금융·공항 허브로 ‘아라비아 반도의 베니스’라 불리는 곳.

면적은 우리나라 경기도와 비슷하지만 무려 129개의 기네스북 기록을 보유한 치열(?)한 도시다. UAE 전체 기네스북 기록(165건)의 80%가 두바이에서 나오는 셈이다. 비록 미국이 보유한 세계 기록 6874개에는 턱없이 모자라지만 적어도 중동에서는 두바이를 필두로 한 UAE가 최다 기록 보유국이다.

지난 5일(현지시간) 오후, 두바이의 시티맥스 호텔 바에선 또 한 번의 세계 기록 도전이 펼쳐지고 있었다.

종목은 세계에서 가장 긴 ‘도미노 드롭샷’ 성공시키기. 6000개의 위스키잔이 도미노처럼 정확히 에너지 음료가 든 잔으로 떨어지게 하는 일종의 ‘위스키 폭탄 파도타기’다. 지금까지 최장 기록은 2013년 카리브해 바하마의 술집에서 세운 4107잔이다. 두바이 팀은 이 기록을 깨기 위해 유리잔을 설치하는 데만 12시간을 들여 한 달에 2번씩, 다섯 달을 연습해 왔다. 아마드 타헤르 시티맥스 호텔 음식료 매니저는 “두바이에서 기네스북 세계 기록에 얘길 꺼낸다면 뭐가 됐든 누구나 한 가지씩을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이런 술잔 도미노 기록은 음주 자체가 불법인 사우디아라비아 등 다른 중동 국가들에선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하지만 외국인 비율이 80%에 달하고 주류 규제가 느슨한 두바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두바이는 이미 수많은 ‘세계 최고’기록을 이뤄놨다. 삼성물산이 지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828m의 버즈 칼리파, 세계 최대 인공섬인 ‘더 월드’, 세계 최고층 호텔(355m)인 J.W.메리어트 마퀴스 호텔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엔 축구장 28개 크기와 맞먹는 세계 최대 실내 테마파크가 두바이에 오픈했다.

건축물이나 인프라 뿐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빠른 외과 수술(21.87초), 눈가리고 아랍어 가장 빨리 타이핑하기 같은 신통방통한 기록도 가지고 있다.

UAE로 범위를 넓히면 오명에 가까운 기록마저 다수다. 해적에게 납치된 세계 최대 선박은 UAE의 유조선 ‘시리우스 스타’로 대우조선해양이 110번째로 건조한 배다. 소말리아 해적은 당시 몸값으로 300만 달러를 요구했는데, 이 돈을 받고 도망치던 중 배가 뒤집혀 수장됐다.
이 밖에 UAE는 세계에서 가장 여성 인구가 작고 이민 노동자들 임금도 낮다.

기네스그룹 레일라 잇사 대변인은 “모든 산업에서 첫째가 되겠다는 UAE의 목표와 성공과 최고에 대한 열망이 기네스북 세계기록 타이틀을 따려는 욕구까지 이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미시간대 심리학과의 스티븐 가르시아 부교수는 이를 사회비교 이론(Social Comparison Thoery)로 설명한다.

개인이나 사회는 자신과 유사한 다른 사람이나 집단과 비교해 행동하고 사고한다는 것인데, 가르시아 부교수는 “넘버 원 위치에 오르려는 사회적 갈증이 셀수록 어떤 분야에서 높은 기록을 세우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유치해 보이지만 어른들도 ‘나무까지 가장 빨리 도착하는 사람이 세계 최고’라며 달리게 하면 이를 악물고 이기려 한다”며 “경쟁을 조장하면 사람들은 여기에 동하고 기네스북 기록 같은 경쟁에서도 이기려 한다”고 말했다.

시티맥스 호텔의 위스키 폭탄 도미노 팀은 결국 이날 밤 두바이의 130번째 기네스 세계 기록을 세웠다. 자정을 앞둔 11시 55분, 첫 잔을 떨어뜨린 지 55초 만에 4578개의 잔이 떨어지면서 바 전체에 위스키 향이 진동했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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