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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호황 속의 고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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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대북=박병석 특파원】지난해 실질경제성장률 4·7%로 과거 30년간 가장 낮은 성장률을 기록했던 자유중국경제는 올들어 호황을 만끽하고있다.
작년 한때 실업률이 8%까지 상승할 우려가 있다는 비명이 있었으나 현재 실업률은 2·9%를 약간 밑돌고 있을 뿐 아니라 수출가공구인 고웅과 대중에서는 노동력 부족현상이 일어나고 있으며 대만판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신죽 과학공업단지의 출하량은 올들어 5월말 현재작년 동기대비 77%나 늘었다.
우종선 중화경제연구원 부원장은 『일본의 엔화강세와 국제유가 인하가 주요인』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호황이 계속됨에 따라 자유중국 당국은 당초 5·5%로 계획했던 올해 GNP(국민총생산) 성장률을 6·5%로 올려 잡았다가 다시 8%로 수정했다.
일부 해외의 관계전문가들은 『대만은NICS (신흥공업국)로부터 졸업이 가능한 것이 아닌가』하는 전망도 있다.
그러나 대만은 ▲투자율저하 ▲고도화되지 못한 산업구조라는 구조적인 문제와 아울러 ▲과다한 무역흑자, 특히 대미 출초에 따른 미국의 압력 ▲외환보유고 급증에 따른 인플레 및 대만 원화 가치 절상이라는 간단치 않은 과제를 안고있다.
대만의 투자율은 83년 23·3%에서 84년은 21·8%로, 85년에는 19·0%로 떨어진 데 이어 올1·4분기에는 16·1%로 하락했다.
특히 민간부문의 투자가 감소하고있는데 지난해 민간부문의 고정투자는 9·3%가 감소한데다 공공부문의 투자마저 부진해(84년 대비 1·9%감소)85년 고정자본형성총액은 84년 대비 5·42%나 감소했다.
대만의 무역흑자도 수입이 증가하지 않는데서 오는 영향이 가장 큰데 이는 기계·설비 등 자본재 수입이 활발치 못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같은 투자저조는 앞으로도 대만경제가 계속 번영을 누릴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던지는 것이다.
우종선 부원장은 5월의 통계는 자본재 수입증가를 나타내고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세계경기의 불투명, 미국의 보호주의 압력 등에 따라 수출상품 제조용 설비투자는 세계의 치열한 경쟁을 각오해야하며 하이테크(첨단산업) 분야는 투자규모가 방대하고 자본회수 기간도 길어질 뿐 아니라 위험부담이 커 그곳 투자가들이 심사숙고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투자심리의 불안은 홍콩문제 등 자유중국의 장래문제와 최근 표면에 부상하고 있는 민주화물결 등 정치 및 사회적 불안정 때문으로 해석된다.
한편 근검절약의 표본인 중국인들의 저축률도 84년의 34%에서 85년에는 31·6%로, 다시 올1·4분기에는 27·3%로 떨어졌으나 우 부원장은 『저축률이 투자율을 상회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말한다.
오히려 대만은 돈이 넘쳐 걱정이다.
금리인하에도 불구하고 대출은 안되고 예금은 계속 늘자 중국 국제상은 같은 경우 1년 만기 정기예금금리를 대만 돈 1백만원(1달러=약38원)미만은 5·5%, 1백만원 이상은 3·375%를 주는 등 차등금리를 실시하고 있다.
또 각 은행은 대출을 늘리기 위해 「개별세일즈」등 온힘을 다하고 있는데 예쁜 여행원들을 대부분 대출관련 부서로 옮겨놓기까지 하고있다.
대만은 이미 3백억 달러를 넘는 외환보유고와 과다한 무역흑자처리에 고심하고 있다.
이러한 출초와 외환보유고 증가는 인플레의 압력을 가져와 77∼78년 우리나라에 대중동건설 달러가 밀려들어 왔을 때 경험했던 것처럼 물가상승과 부동산 투기의 위험성이 지금 대만경제를 괴롭히고 있는 것이다.
또 지난해 대만의 대미무역흑자는 1백억 달러에 이르고 있어 미국측의 주요 수입규제 대상국이 되고있다.
대만은 올들어 대미무역불균형 시정에 역점을 두고 ▲미국상품으로서 국내시장 점유율이 높은 품목에 대한 관세인하 ▲미국산 술·담배의 수입개방 ▲미국인 창작물에 대한 저작권보호, 의약품·화학물질의 특허개방 ▲미국상품 구매 등 일련의 대미시책을 추진함으로써 미국측의 수입규제에 대응하고 있으나 섬유제품수입규제 문제는 아직 이해대립이 계속되고 있다.
자유중국은 작년을 「대일 시장개척 행동의 해」로 정해 대일 무역적자를 84년의 33억 달러에서 85년에는 21억 달러로 줄인 데 이어 올해를 「유럽시장개척의 해」로 정하고 지난4월 유럽에 민관합동 시장개척단을 파견하는 등 시장의 다원화를 꾀하고 있다.
또 우리나라와는 달리 GATT 비회원국이라는 잇점을 충분히 살려 시장다변화를 위한 차별적인 지역별 수입제한 등을 적절히 활용하고있다.
자유중국의 외환보유고가 급증하는 이유도 투자의욕이 감퇴하고 소비를 억제하는 국민성 때문인 것으로 관계전문가들은 생각하고있다.
이에 따라 정부당국은 투자감면법의 수정확대와 공공투자 확대, 수입개방 폭 확대 등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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