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평화와 사랑의 종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제3회 아시아 종교인 평화회의가 서울에서 열렸던 것은 의미 깊다.
「아시아에서의 평화의 가교」라는 주제가 한국의 상황에서 가장 절실하게 느껴질 것이기 때문이다.
민족의 분열이라든가 이데올로기로 인한 국사의 분단이나 권위주의 정치의 모순을 극복하고 민주화를 이루며 경제·사회적 공정분배의 정의를 실현하려는 노력 등 한국의 특수성은 평화를 절규하는 자리로서 가장 적합한 것이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한국의 문제는 곧 아시아 공통의 문제도 된다.
식민 통치시대에서 유래된 문제들이 산적하고 있으며 새로 선진국들의 경제적 침략의 위협 앞에 무역불균형이나 과다한 부채, 다국적기업과 외국자본의 진출, 저임금노동과 어려운 자본축적, 급격한 도시화와 전통적 문화의 고갈 등 이루 헤아릴 수가 없다.
게다가 아시아 나라들은 군사화의 수준이 유난히 높고 정치적으로 권위주의적 정권의 압제에 다수 국민들이 고통을 겪어야 한다.
그런 상황 인식에서 아시아의 종교인들이 국제·국내적인 분열과 귀열의 심연 위에 평화의 다리를 놓고자 모였다는 것 자체가 뜻깊다.
21개국에서 온 4백여명의 종교인들이 아시아인의 고통과 불화를 인식하고 이것을 타개하기 위해 대화와 협력을 다짐했다는 자체가 하나의 진전이다.
그들이 전쟁과 폭력, 빈곤과 빈부격차의 문제를 지적하고 인권침해와 억압의 현실을 직시하고 이 같은 불화의 악순환을 끊고 평화를 달성하려고 애쓴 것은 그 나름의 뜻이 있다.
이들 종교인들은 서울선언에서 『인간의 존엄과 인간화 촉진에 관한 우리의 관심은 외국의 지배에서 말미암아 초래된 가족의 강제이별과 같은 후유증이 종교의 회개와 조력으로 치유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한국의 분단과 이산가족문제에 대해 그들이 큰 관심을 보이고 이들 과제해결을 위해 종교를 통한 평화교육을 제창한 것은 주목된다.
그러나 그같은 관심이나 평화호소가 실제적으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역할의 확대는 여전히 미흡한 느낌을 준다.
다만 그들이 실제적 문제해결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 종교인들이란 점에서 그들의 현실인식과 관심이 은연중 널리 영향을 확대하리란 기대도 크다.
특히 종교인 자신들에 대한 자각을 호소한 것은 관심을 끈다.
오늘의 종교인들이 물질적 풍요와 사치가 영적 빈곤을 가져온다는 사실을 잊고 있으며 억압받고 있는 사람, 가난한 사람들이 진리와 사람에 더 가깝다는 것을 외면하는 현실에 대해 경종을 울렸다.
또 과학과 기술을 관리하는 영성을 재발견하자는 호소라든가, 현대 사회가 비인간화하는데 맞서 인도주의적 가치를 녹이고 개인구원보다는 사회구원에 관심을 두자는 호소도 되새길 만하다.
그러나 더 인상적인 것은 종교간 반목과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종교인들이 대화와 이해의 기회를 갖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하느님의 사랑이나 부처님의 자비나 공자의 인이나 이슬람의 사랑은 모두 인간애와 평화를 가르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이들 종교의 신도들이 마찰과 갈등을 넘어 전쟁과 살육까지 초래하고 있는데 대해 반성하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이를 계기로 우리사회의 모든 계층에 존재하는 반목과 소외를 극복하고 사회의 건전 발전에 기여하는데 우리 종교인들의 진지한 협조의 노력이 있어야겠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