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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서울 시내버스 300대 줄이고 장거리 노선 33개는 쪼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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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서울시가 시내버스 감축 작업을 벌이기로 결정하고 버스업체들과 협의에 나섰다. 서울시 관계자는 5일 “7439대의 서울시 전체 시내버스 중 4%가량인 300대를 내년 상반기까지 줄일 계획이며,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에 공문으로 이를 알리고 협조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 조합은 65개 버스사업자들의 모임이다.

버스 이용객 줄어 시 보조금 부담
“감차 땐 연 377억 예산 절감 효과”
심야 올빼미 버스 등은 늘릴 계획

김정환 운송사업조합 부이사장은 “감차 관련 공문을 받고 조합 내부에서 이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시내버스 운행은 시민 편의를 최우선으로 삼아야 한다는 측면에서 이 계획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많다”고 말했다. 한 조합 관계자는 “서울시가 일방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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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시내버스 수를 줄이려는 것은 이용객이 줄었기 때문이다. 올해 서울 시내버스의 하루 평균 이용객(4월 말까지의 통계)은 420만3000명이다. 지난해 하루 평균 이용객(440만4000명)에 비해 4.6% 줄었다.

버스 감차는 예산 절감을 위한 일이기도 하다. 서울시는 2004년 7월에 ‘버스 준공영제’를 도입했다. 이는 서울시가 운송사업조합을 통해 버스업체들의 요금·광고 수익을 관리하면서 각 업체에 보유 버스에 비례하는 운영비를 지급하는 제도다.

현재 운행버스에는 2억5550만원, 예비버스(운행버스에 문제가 생겼을 때 대체 투입할 버스로 7439대 중 490대)에는 5100만원의 운영비가 지급되고 있다. 버스 요금과 광고로 이 비용이 충당되지 않아 서울시 예산이 투입된다. 지난해에는 이 예산이 1771억원이었다.

서울시는 감차 목표 300대 중 190대를 예비버스에서, 110대는 운행버스에서 줄일 계획이다. 준공영제 도입 직후인 2005년 이후로는 최대 규모의 감차다. 그해에는 버스 515대가 줄었다. 서울시 버스정책과 관계자는 “이번 감차로 한 해 377억원가량의 예산을 아낄 수 있다”고 말했다. 김도경 서울시립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시가 운수업체의 적자를 보전해주고 있는 상황이다. 시민들이 크게 불편해지지 않는 범위에서의 감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현재 운영 중인 33개 장거리 노선도 손보기로 했다. 노선 거리 50㎞ 이상이거나 운행시간 180분을 넘는 이른바 ‘장대 노선’이 이에 해당한다. 서울시 측은 “운전기사의 피로도를 줄이고 특정 번호 버스에 승객이 몰려 서비스 질이 떨어지는 현상을 개선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에 장대 노선은 143·150·706번 등 총 33개가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전체 장대 노선을 검토 대상으로 놓고 노선을 분할하거나 일부 우회 구간을 줄여 운행거리를 단축할 계획이다. 아직 구체적인 방안이 정해지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시내버스로 출퇴근하는 조모(43·서울 마포동)씨는 “버스 대수 조절이나 장거리 노선 조정 같은 일은 버스를 이용하는 서민들이 불편을 겪지 않는 범위 내에서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심야버스인 ‘올빼미 버스’의 배차 간격을 줄이기 위한 계획도 세우고 있다. 8개 노선에 총 47대가 올빼미 버스로 운행 중이다.

조한대 기자 cho.hand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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