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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오디세이 2016 참가자 릴레이 기고 <2> 열차페리가 동북아 경제협력 돌파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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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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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철
새누리당 의원·전 원내대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그리고 동북아시아의 새로운 미래비전을 꿈꾸며 박근혜 정부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푸틴의 ‘신(新) 동방정책’, 시진핑의 ‘일대일로(一帶一路)’가 만나는 유라시아 대륙의 동쪽 끝,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2016 평화오디세이호에 승선해 보낸 여정은 새로운 경험과 인식을 가져다주었다.

바야흐로 새로운 유라시아 시대가 서서히 열리고 있다.

유럽과 아시아 두 대륙은 고대와 중세에 걸쳐 동서 문명의 교류를 통해 발전과 번영을 이룩해 왔다. 두 대륙의 문명교류는 실크로드라는 교역로를 통해 수세기 동안 면면히 흘러왔으며, 대항해 시대가 열리기 전까지 실크로드는 인류 문명교류사의 동맥 역할을 해 왔다.

이번 2016 평화오디세이 장정을 따라가면서 새로운 실크로드로 떠오르고 있는 시베리아횡단철도(TSR)와 중국횡단철도(TCR)를 한반도와 연결해 경제적 번영과 문명의 진전을 일궈낼 새로운 미래비전을 그려 볼 수 있었다.

그 비전을 ‘그랜드 코리아 실크로드’로 명명했다. 대한민국 한반도가 출발점이자 중심이 돼 TSR과 TCR을 연결해 유라시아 대륙을 링(Ring)과 같은 하나의 순환고리로 내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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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베리아횡단철도의 시작점이자 종착점인 블라디보스토크역에 설치된 기념탑. 탑의 숫자는 철도의 총연장거리(9288㎞)를 뜻한다. [사진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먼저 박근혜 정부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살펴보자.

전 세계 인구의 70%, 면적의 40%를 차지하는 유럽과 아시아를 하나로 잇는 경제협력체로 묶어 내고, 북한의 개방과 참여를 유도해 한반도의 평화를 구축하자는 것이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핵심이고, 이를 실현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한반도종단철도(TKR)와 TSR을 연결하는 ‘실크로드 익스프레스’다.

그렇지만 실크로드 익스프레스 구상에는 좀처럼 뚫리지 않는 장벽이 가로막고 있다. 우리는 대륙과 해양을 연결해 중심축 역할을 할 수 있는 반도의 지정학적 이점을 갖고 있으나, 오히려 ‘북한 벽’에 가로막혀 ‘섬’처럼 고립돼 있다. 한반도종단철도를 이용하는 실크로드 익스프레스 구상이 갖고 있는 엄연한 현실적 한계다.

부산항을 출발해 유럽으로 갈 경우 바닷길을 이용하면 믈라카 해협-인도양-수에즈 운하를 거쳐 40여 일이 걸린다. 반면 TSR을 이용할 경우는 10여 일, TCR을 이용할 경우는 7일 정도가 걸린다고 한다. 전 세계가 유라시아 대륙을 횡단하는 철도의 경쟁력에 주목하고 있으며, 중국과 러시아는 서로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우리가 TSR과 TCR을 이용해 유럽뿐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 중앙아시아 등에 한국 제품을 수출할 경우 수송기일이 단축돼 그만큼 수출경쟁력이 높아지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따라서 TSR과 TCR을 이용한 신(新)실크로드에 어떻게든 우리가 올라타야 하는 것은 놓칠 수 없는 기회이자 과제다.

그런데 위에서 언급했듯이 실크로드 익스프레스(TKR+TSR)가 북한의 장벽에 가로막혀 갈 수 없기 때문에 북한이 개방에 나서기 전까지는 우리는 대안을 찾고 우회로를 개발하는 수밖에 없다고 본다.

그 대안으로 열차페리(배에 기차를 싣고 이동하는 운송수단)를 통해 평택항에서 중국 옌타이항을 거쳐 TCR을 연결하고, 러시아 쪽으로는 동해항에서 블라디보스토크를 통해 TSR을 연결한다면 북한을 통하지 않고 새로운 실크로드에 올라탈 수 있는 것이다.

평택항과 동해항을 동서고속화철도(제3차 국가철도망구축계획안에 반영)로 연결하면 TCR-평택항-동서철도-동해항-TSR로 연결된다. 중·장기적으로는 북한을 참여시켜 TCR-평택항-동서철도-TKR-TSR을 연결하는 대한민국의 미래 물류 비전을 이끌어 내고, 남북한과 중국, 러시아가 함께 참여하는 경협 모델을 만들 수 있다.

‘그랜드 코리아 실크로드’의 추진으로 동북아의 새로운 경제협력의 틀을 이끌어 냄으로써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의 미래비전을 함께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번 2016 평화오디세이의 여정 속에서 국내의 쟁쟁한 석학과 명사들과 함께 공부하고 토론하면서 새로운 미래비전을 현실로 추진시킬 수 있다는 기대와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는 것은 큰 소득이다.

동북아의 새로운 협력 방안을 통해 동아시아의 미래비전을 공유하고, 새로운 유라시아 시대에 우뚝 선 통일한국의 꿈과 희망을 담아 내는 평화오디세이가 지속적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원 유 철 새누리당 의원·전 원내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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