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분에 100통…스팸될 뻔한 긴급재난 문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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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안전처가 재난 상황에 대비해 주의를 당부하며 발송하는 긴급재난 안전문자메시지가 시스템 오류로 특정 이동통신사 가입자 2만여 명에게 수십통에서 많게는 100통씩 발송됐다. 영문을 알 리 없었던 시민들은 밤잠을 설치는 등 불편을 겪었다.

5일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지난 2일 오후 11시5분쯤 ‘부산 시민들은 외출을 자제하는 등 안전에 주의하라’는 내용의 긴급재난안전 문자메시지를 발송했다. 이 시간 기상청은 부산 일대에 호우경보를 발령했다. 국민안전처는 국내에서 발생하는 재난과 재해에 대처하는 정부 부처다. 국민안전처는 기상청으로부터 이 내용을 전달받고 부산에 많은 비가 내리고 있으니 시민들의 주의를 당부하는 취지로 긴급재난 안전 문자메시지를 발송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예상치 못 했던 문제가 발생해 일부 부산 시민들은 불편을 겪었다. LG유플러스 2G 서비스에 가입된 2만여 명에게 이 문자메시지가 많게는 100여 통이 전달된 것이다. 문자메시지가 수초 간격으로 쉬지 않고 연이어 발송된 탓에 문자 폭탄 소동을 겪은 셈이다.

이 때문에 밤 늦게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는 수십 명의 시민들이 밤잠을 설쳤다며 불편을 호소하는 경험담이 잇따라 올라왔다.

김모(52)씨는 “긴급 재난 상황을 국민에게 알려주는 것은 좋지만 잠을 잘 시간에 100통이 넘는 문자메시지를 발송하는 것은 되레 불편을 초래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국민안전처는 최근 개발한 다국어 지원 기능이 추가된 문자메시지 전송 프로그램에서 오류가 생겼다고 밝혔다.

국민안전처 관계자는 “자체 시험에서는 정상 작동했는데 실제 상황에서 오류가 발생했다”며 “앞으로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시스템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등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안전처는 이번 소동에 앞서 지난 7월5일 울산 동쪽 해역에서 규모 5.0 지진이 발생한 지 18분이 지나서야 긴급 재난 문자메시지를 발송했다. 또 이날 발송된 문자메시지 내용에는 지진 발생일이 5일이 아닌 4일로 적혀 있었고 울산과 경남 일부 지역의 주민들은 문자메시지를 받지 못했다는 민원이 잇따르면서 빈축을 샀다.

부산=강승우 기자 kang.seung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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