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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는 새끼를 수컷이 낳는다…국내서도 첫 촬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말 같기도 하고 물고기도 같기도 한 해마(海馬)는 알을 낳을까, 새끼를 낳을까.

암컷이 낳은 알, 수컷 몸에서 치어 상태로 출산
국립공원관리공단, 소안도에서 번식 특성 확인

해마는 산란된 알을 성체 뱃속에서 키우다 어느 정도 자라면 새끼 상태의 치어를 몸밖으로 내보내는 태생(胎生)을 한다.

이것은 암컷과 수컷 중 어느 쪽에서 맡을까. 정답은 '수컷'이다. 암컷 아닌 수컷이 새끼를 낳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해마의 야생 번식이 국내에서도 영상으로 처음 촬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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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는 수컷이 출산을 한다. 알을 품어 배가 부른 것은 암컷이 아니라 수컷이다. [국립공원관리공단]

국립공원관리공단(공단)은 다도해해상국립공원 소안도(전남 완도군 소안면)에서 생태조사를 하던 중 야생 상태의 소안해마(가칭) 번식 특성을 국내에서 첫 확인했다고 4일 밝혔다.

해마는 번식기가 되면 암·수컷이 서로 꼬리를 감고서 교미를 한다. 이때 암텃이 수컷 배에 있는 주머니('보육낭') 속에 알을 산란한다. 수컷은 뱃속에서 수정란을 돌보고 부화시켜 키우다 새끼 길이가 1㎝ 정도가 되면 자기 몸밖으로 내보낸다.

어류 중 상당수는 부화후 스스로 섭식이 가능할 때까지 새끼를 보육낭에 보관한다. 새끼가 난황(알에 포함돼 있는 영앙물질)을 흡수하게 하다 스스로 섭식 가능한 단계가 되면 출산을 하는 태생(胎生)을 한다. 그런데 해마는 이를 수컷이 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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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안해마 수컷이 산란된 알을 뱃속에 품은 채 배가 부풀어 있다. [국립공원관리공단]

공단의 이번 조사 결과 소안해마 수컷은 5∼6월에 암컷에서 알을 받아 20∼30일간 보육하고 6∼7월에 수컷 한 마리가 약 30∼70마리 치어를 내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마는 특이한 형태 때문에 관상용으로 인기가 높다. 만병통치약으로 오인돼 과도한 남획과 불법 거래도 성행한다. 국제적으로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돼 국제거래가 금지돼 있다. 국내엔 7종이 사는데 모두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적색목록에 올라 있다.

신용석 국립공원연구원장은 "그간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해마는 생태 연구나 분포 정보가 없어 보호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다. 이번에 해마 산란 특성이 확인된 만큼 분포 현황과 서식지 연구를 통해 보전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성시윤 기자 sung.siy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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