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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중해진 법원의 영장발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인신 구속에 대한 법원의 태도가 변모하고 있다. 종전에는 수사기관이 법원에 구속영장을 신청하기만 하면 거의 기계처럼 영장을 발부한다는 논란을 못 면했던 양상과는 아주 대조적이다.
이 같은 추세는 인권존중을 포함한 민주화를 요구하는 사회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반영한 것으로 일선 법관들은 구속요건 자체를 엄격히 적용, 영장발부를 신중히 하고 있음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구속영장을 기각하더라도 기각하는 사유를 구체적으로 적시해 영장을 신청하는 수사기관의 주의를 환기시키고 있는 것도 종래 엔 보기 힘들었던 현상이다.
이 같은 현상은 최근 서울형사지법의 구속영장 기각협에서도 명확히 드러나고 있다. 지난3월에는 기각 율이 3.7%에 불과했으나 4월에는 6.2%, 5월에는 7.7%, 6월에는 8.1%로 현저히 늘어나고 있다. 이 같은 기각 율은 작년의 6%보다 한층 높은 것이기도 하다.
불필요한「구속」은 국가와 사회의 커다란 손실을 안겨다 줄뿐 아니라 한 인간을 파멸해 버릴 만큼 무서운 결과를 초래하기 쉽다.
교활한 사기꾼이나 흉악하고 악질범죄꾼의 구속은 당연하다.
이들을 가두어 사회로부터 격리시키고 교화하지 않는다면 본인은 물론 사회가 더 많은 피해를 볼 위험이 따르기 때문이다. 법망을 교묘히 피해가면서 사기를 일삼는 악질 범을 구속으로 응징하지 않고 거리에 활보하도록 방치한다면 사회정의 구현은 구두 선으로 끝나고 말 것이다.
그러나 굳이 구속을 하지 않아도 되는 인 신 구속이 너무 지나치게 행해져 온 것이 사실이다. 더구나 재판결과 무죄로 판명된 억울한 구속이 많았다.
대법원 통계(84년)만 보아도 구속 형사 피고인의 72%가 1, 2번의 재판 과정에서 풀려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말하자면 전국 교도소와 구치소에 수감되었던 1만9천여 명의 피고인 가운데 3분의2가 되는 1만4천여 명이 재판결과 석방됐다.
따지고 보면 이들은 애당초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았어도 무방했던 피고인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을 구속해 두느라고 연간 2백80여 억 원의 소중한 예산을 쓰는 셈이어서 국가재정 낭비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뿐만 아니라 구속의 남발로 전국 교도소와 구치소는 만원 수용으로 갖가지 부작용이 뒤따르고 정작 해야 할 수형자의 교정, 교화업무에도 많은 지장을 준다. 구속된 당사자들의 피해도 막심하다. 당사자는 물론 가족들의 고통은 말할 것도 없고 사회 경제적 손실도 적지 않다.
구속이 마치 수사기관의 전가의 보도처럼 쓰여지고「정책적 구간」이나 엄포와 용 징의 수단으로 이용되어서는 이 같은 「구속의 폐해」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이는 구속이 형사소송법에 적시되어 있는 엄격한 구속요건이 기준이 되지 않고 공권력이 무절제하게 운영되어 온데도 원인이 있다.
앞으로 수사기관은 법원의 이 같은 태도변화를 가볍게 보아 넘기지 말고 구속에 보다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구속이 순수한 형사목적 외에 사용되어서도 안될 것이고 일반 대중도 돈을 받아 내기 위한 수단으로 민사사건을 형사사건으로 만드는 태도도 삼가야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구속영장 실질심사제의 조속한 실시가 촉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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