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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面 -남면-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495호 29면

중국 전국시대 법가 사상가인 한비자(韓非子)의 저서 『한비자(韓非子』 ‘남면(南面)’이라는 말이 나온다(제18장). ‘군주가 정사를 볼 때 신하들이 앉아 있는 남쪽으로 얼굴을 향한다’고 해서 만들어진 말이다. 신하들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에 대한 한비자의 견해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한비자가 조정의 기강을 세우기 위해 제시한 첫 원칙은 바로 ‘명법(明法)’이다. 법을 분명히 한다는 뜻이다. 한 신하로 하여금 다른 신하를 감시하게 한다면 조정은 분열되고, 왕과 신하 사이는 거리가 멀어질 것이라고 했다.한비자는 “그들이 평소 가까운 사이라면 한 편이 되어 칭찬만 할 것이요, 서로 미워하는 사이였다면 각기 파당을 만들어 비방하게 될 것이다”라고 간파했다. 그는 또 “아무리 뛰어난 신하라도 똑같은 법과 원칙을 적용해야 기강이 선다”고 역설했다.


둘째 원칙은 책임이다. 신하의 발언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지워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비자는 “말해야 할 바를 말하지 않는 것에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쓰고 있다.


셋째는 변고(變古)다. 옛 것을 바꾸어야 한다는 뜻이다. 남면편은 안정을 핑계로 옛 법도와 일상의 풍속을 바꾸지 말라는 말을 경계한다. 익숙한 게 좋다고 시대에 맞지 않는 법과 관습을 이어간다면 국가든 사회든 반드시 망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윤(伊尹)이 은나라의 옛법을 바꾸지 않았다면, 태공망(太公望)이 주나라 구습을 타파하지 않았다면 탕왕(湯王)이나 무왕(武王)은 천자가 될 수 없었을 것”이라며 개혁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군주가 현명하여 통치술을 터득하고 준엄하게 실행한다면 (일시적으로)민심을 거스르는 일이 있더라도 반드시 치세를 확립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포퓰리즘을 경고한 말이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위 의혹과 이석수 특별감찰관의 기밀 누설 의혹 등을 놓고 온 나라가 시끄럽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한비자는 그 이유에 대해 이렇게 답하고 있다.


“아랫 사람이 아무리 뛰어나고 마음에 든다고 해도, 그 사람만을 생각해 기존의 법과 원칙을 어기고 특별하게 대해 준다면, 분명 그 다음에는 질서가 어지러워지고 곤란한 경우가 생기게 될 것이다.”


한우덕?


중국연구소장woody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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