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판 다산콜센터' 시민순찰대 해체 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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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시가 전국 최초로 시작한 `시민순찰대`. 시의회의 반대로 이달 말 해체를 앞두고 있다. [사진제공=성남시]

자전거를 타고 주택가를 누비며 시민들이 부르면 언제든지 달려간다는 '성남의 홍반장' 성남시민순찰대가 창설 1년만에 해체될 위기에 놓였다.

시장 공약으로 작년 전국 최초 출범
안심귀가·생활편의 각종 도움 제공
시의회 반대로 이달 말 조직 해체

성남시의회는 지난달 30일 행정기획위원회에서 '성남시민순찰대 설치 및 운영조례 일부 개정조례안'을 부결했다.

1년으로 정해져 있던 순찰대 운영기간을 상시 운영 방식으로 바꾸려던 성남시의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 이에 따라 조례 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시민순찰대는 오는 30일 해체된다.

시민순찰대는 이재명 시장의 공약사업으로 지난해 7월 창설됐다.

수정ㆍ중원ㆍ분당구의 주택 밀집지역에 각각 12명의 대원을 배치해 3교대 24시간 돌아가며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어두운 골목길을 혼자 지나야 할 때, 갑자기 싱크대가 고장 났을 때, 간단한 자가 수리를 위한 공구가 필요할 때, 응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등등 시민이 원하면 언제든 출동해 민원을 해결해준다.

처음에 대원을 모집할 당시 36명 정원에 114명이 몰릴 정도로 인기도 높았다. 은퇴한 경찰, 자율방범대 경력자 등 사회참여에 적극적인 이들이 기간제 공무원의 신분인데도 개의치 않고 자원했다.

치안 사각지대를 최소화하고 안전관리와 택배 대신 접수, 취약계층의 주거환경 개선 등 주민 생활과 관련한 일들을 도맡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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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시민순찰대원이 주민의 신고를 받고 출동해 고장 난 변기를 고쳐주고 있다. [사진제공=성남시]

순찰대원이 음주운전 택시를 붙잡아 경찰에 넘기는가 하면, 응급환자를 병원으로 후송해 목숨을 구하는 등 미담 사례들이 이어졌다.

순찰대가 탄 빨간 전기자전거는 동네의 마스코트가 됐다. 시범운영 지역의 주민 만족도도 높았다.

성남시는 3곳에서 운영 중인 순찰대 근무 지역을 동별 1곳씩 500명 규모로 확대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새누리당 소속 시의원들의 반대로 조례 개정은 물거품이 됐다.

예산을 지원할 근거가 사라져 해체가 불가피해졌다. 현재 근무 중인 52명도 일자리를 잃게 될 처지다.

시의회 새누리당은 "순찰대원의 업무가 경찰이나 공무원의 보조역할에 불과하고 시민단체 활동과 중복된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김용 시의원은 "이재명 시장의 공약인 시민순찰대의 성과를 막으려는 정치적 의도에 애꿎은 시민이 희생양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시장은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은 물론 시민의 안전을 돕는 전국 최초의 시민순찰대가 의회의 반대로 중단되게 돼 안타깝다"고 밝혔다.

유길용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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