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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틀리에 가진 문인 늘고 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문인용 개인 아틀리에 (작업실) 가 늘고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틀리에라면 화가·조각가·사진작가 등의 작업실만이 연상될 정도였으나 최근 들어 이 같은 통념이 깨어지며 문인들이 도심 한가운데에 개인사무실을 개설해 집필 및 연구실로 이용하고있다.
외국의 경우 타이피스트, 자료정리 비서 등을 갖춘 집필실에서 작업하는 작가들도 많으나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선 번잡한 가정사를 떠나 규칙적 생활 속에 집필에 몰두할 독방을 찾는 정도.
지난 4월말 소설가 윤흥길씨는 서울 청담동 강남 세무서 옆 4층 건물에 개인 집필실을 마련했다. 6평 내외의 사무실에는 사무용책상과 타이핑책상, 응접소파, 책장, 야전침대 등이 놓여있으며 윤씨는 이곳에서 상오 9시부터 하오8시까지 읽고·쓰고·연구하는 등의 작업을 하며 바쁜 하루를 보낸다.
평소 거주하고 있는 대치동에서 사무실까지 30∼40분 정도 걸어서 출·퇴근한다는 윤씨는 『집에서 집필하다 보면 평소에는 한가하게 보내다가 원고마감 때 다급해지면 며칠씩 밤을 지새우게되어 건강을 해치게 된다』 고 밝혔다.
소설가 김주영씨는 올1월부터 구 서울고등학교 입구에 7평 규모의 사무실을 내고 일요일까지 나와 집필에 몰두하고 있다.
김씨는 『집에 있으면 가장으로서 사소한 대화까지 상대해 주다보면 시간소모가 너무 커진다. 즉 생활공간에서 집필공간을 분리시키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또 이곳은 교통이 편리해 신문사·잡지사에 원고운송도 편하다』 고 설명했다.
지난해 12월부터 고려병원 후문쪽에 개인 집필실을 마련한 소설가 김원일씨는 매일 아침 규칙적으로 출근하고있다. 이곳에서 1천4백장짜리 장편소설 『적』 을 집필한 김씨는 『오랫동안 직장생활 (출판사 국민서관) 을 한 탓인지 집에서 집필하는 것에 익숙지 못하다』며 『특히 장편의 경우 규칙생활이 고른 작품을 생산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고 말했다.
이와 같이 도심 한가운데 아틀리에를 갖춘 문인들은 윤흥길·김주영·김원일씨 이외에도 방송작가 신봉승씨등이 있으며 현재 소설가 한승원씨등은 작업실을 물색중이다.
집필실을 교외에 갖추고있는 문인들도 최근 늘어나고 있다.
소설가 한수산씨는 지난4월부터 경기도 양평에 집을 한 채 빌어 한 달에 보름정도는 내려가 지낸다.
한씨는 호수와 야산이 인접해 자연경관이 최상인 그 주변 땅을 매입해 내년 봄 자신의 집필용도에 알맞은 아틀리에를 새로 꾸밀 예정.
소설가 이문열씨는 작년10월부터 경기도 이천에 집 한 채를 빌어 틈나는 대로 내려가 집필하고 있다.
그러나 한씨나 이씨는 『작업의 내용을 모르는 주변사람들에게 별장을 지어 무위도식하는 사람이라는 오해를 받아 자칫 위화감이 조성될 우려가 있다』며 『땅 투기 때문인지 작은 땅 매입 과정에서도 많은 곤란을 겪어야했다』고 어려움을 털어놨다.
84년4월부터 나환자촌인 경기도 나자로 마을에 방을 하나 얻은 소설가 조정내씨는 한 달에 열흘정도는 이곳에 내려와 바깥출입마저 삼가고있다.
또 소설가 정열희씨는 지난해 11월부터 용인민속촌 근처 신갈저수지 옆에 건물을 짓고 작품세계에 몰입해 있다.
이런 문인들의 개인 아틀리에 마련 붐에 대해 평론가 김재홍씨는 『창작작업이 전문화되기 위한 바람직한 일이다. 일상공간을 벗어나 작업만을 위해 존재하는 폐쇄된 집필공간의 마련은 모든 작가에게 필요하다』며 『외국의 경우 작가의 집필실에는 여러개의 책상이 놓여 있고, 각 책상에는 현재 집필중인 각기 다른 작품원고와 자료가 비치되어 시간소모가 적게되는 등 모든 것이 능률적으로 바뀌고 있다』 고 설명했다. <양창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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