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국회 첫날부터 국회는 여야간 대치로 몸살을 앓았다.
1일 오후11시쯤 새누리당 의원 60여 명은 국회 본청 국회의장실을 항의 방문해 정세균 국회의장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정 의장이 이날 정기국회 개회사에서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체계 반대,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사퇴, 고위공직자 비리 전담 특별수사기관 신설 등을 언급한 데 대해서다.
의장실 진입을 막으려는 직원들과 새누리당 의원들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지고 고성이 오가는 등 분위기가 험악했다.
새누리당은 정 의장의 개회사 내용에 반발해 국회 본회의를 보이콧 중이다. 전날 여야가 처리하기로 합의했던 추가경정예산안 등도 처리되지 못했다.
앞서 새누리당은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정 의장의 공식 사과와 의장직 사퇴를 동시 촉구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새누리당은 정 의장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한편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면 일단 사회권을 국회부의장에게 넘기라고 요구하고 있다. 추경예산안은 통과시켜야 하지만 사과 없는 의장의 사회를 묵과할 수는 없다는 취지다.
이날 국회의장실을 찾은 김성태 의원은 ”잘못했으면 사과를 하고 사과하기 싫으면 사퇴하라“고 정 의장을 향해 소리치기도 했다. 이장우 의원은 정 의장을 향해 “진보좌파를 대표하는 의장이냐”고 따져물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의장이 오늘 국회 파행에 대한 원인제공을 한 것이니 일말의 책임감이 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김학용 의원도 “모든 의장들이 국회를 공정하게 이끌려고 애썼는데 오늘 여러모로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정상적인 대화가 이뤄질 수 없다. 여러번 여러분의 말씀을 듣고 할 말은 했다”고 답했다.
유승민 의원도 뒤늦게 의장실을 찾아 정 의장 압박에 가세했다.
우상호 원내대표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도 의장실로 모여들면서 대치 상황이 계속되다 2일 새벽 1시께 상황이 종료됐다.
정 의장이 정 원내대표에게 "오늘밤 심사숙고를 해 내일 오전 10시에 수습책을 전달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이에 새누리당 의원들이 의장실에서 빠져나왔다.
정 원내대표는 이후 기자들과 만나 "국회의장께서는 '새누리당 의원들의 의견을 들으니까 많은 생각을 갖게 됐다. 오늘밤 심사숙고해서 수습책을 내놓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2일 본회의 개최와 추경 처리 여부는 오전 10시를 전후해 발표될 정 의장의 입장이 무엇이냐에 달려있다.
채윤경ㆍ이지상ㆍ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