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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가 수탁법인 세워…퇴직연금 운용도 가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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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근로자와 사용자가 독립된 기관(수탁법인)을 설립해 퇴직연금을 운영하는 게 가능해진다. 고용노동부는 31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근로퇴직급여 보장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회사가 퇴직연금 제도를 도입할 때 노사 합의를 거쳐 계약형 또는 기금형 퇴직연금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게 된다. 지금까지는 계약형만 가능했다. 사용자가 직접 퇴직연금사업자(금융기관)와 운용·자산관리 계약을 체결해 운영하는 방식이다. 초기 가입자를 늘리려 신뢰도가 높은 금융기관을 활용한 것이다.

덕분에 지난해 말까지 590만 명이 퇴직연금에 가입해 126조원이 적립됐다. 그러나 금융기관에만 의존하다 보니 근로자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원리금 보장에 치우쳐 수익률이 낮은 것도 문제였다. 실제로 퇴직연금 투자상품 중 원리금 보장형 상품의 비중은 89.2%에 달하고, 수익률 역시 2.6%(2015년)에 그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도입 격차도 컸다. 대기업(종업원 300명 이상)의 퇴직연금 도입률은 84.4%지만, 30인 이하 사업장은 15.9%에 그친다.

그러나 수탁법인이 노사의 대리인으로 연금을 운영하는 기금형 퇴직연금을 활용하면 노사의 목소리를 비교적 잘 반영할 수 있고, 외부 전문가를 영입해 수익률도 높일 수 있다. 협회나 계열사, 중소기업이 연합해 별도 법인을 설립한 뒤 퇴직연금을 공동으로 운영하는 것도 가능하다. 정지원 고용부 근로기준정책관은 “근로자의 수급권 보장을 한층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현행 계약형 퇴직연금의 보완을 위한 제도 개선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30인 이하 영세 사업장의 퇴직연금 적립금이 1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근로복지공단에 따르면 7월말 기준 30인 이하 사업장의 퇴직연금 가입자 수가 21만여 명, 적립금은 1조144억원으로 집계됐다. 공단은 2010년 12월 4인 이하 사업장을 대상으로 퇴직연금 사업을 시작했고, 2012년 7월 30명 이하 사업장으로 확대했다.

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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