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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행마의 원리는 동수상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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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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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승 3번기 2국> ●·스웨 9단 ○·커제 9단

8보(86~102)=중앙 86부터 90까지, 백 대마가 무사히 수습되면서 공격을 퍼붓던 흑 대마가 거꾸로 갇히는 형태가 돼버렸다. 백번 33연승의 괴력이 실감나는 장면인데 스웨는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91이라는 최선의 응수를 찾아낸다. 92는 반드시 둬야 하는 곳. 이곳을 두지 않으면 흑이 그곳을 끊어 우변 백이 떨어져 나가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93으로 백 2점을 잡아 귀중한 삶의 근거를 만들어냈다. 더 이상 공격이 여의치 않다. 상변을 향한 94는 그런 판단.

바둑의 위대한 스승들이 ‘적을 공격하기에 앞서 아군의 안전을 먼저 살피라’는 교훈을 가장 많이 남긴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스웨도 당장 상변으로 움직이는 백을 쫓지 않고 95로 취약한 중앙의 형태를 보강했는데 그러면 96으로 밀고 나오는 수도 불가피하다. 숨 가쁘게 이어진 흑백 쌍방의 응접은 동수상응(動須相應), 상대의 움직임에 리듬을 맞추는 바둑의 원리를 따른 진행이다.

그런데 하변 중앙까지 길게 이어진 흑 대마는 정말 괜찮은 것일까. 백 2점을 잡긴 했어도 그것으로 완생은 아닌데? 좌변 97로 어깨를 짚어갈 때 나온 아마추어의 의문은 곧 풀렸다. ‘참고도’는 박영훈 9단의 친절 봉사. 백1로 잇고 잡으러 와도 흑2 이하 10까지, 안 된다. 백a면 흑b. 전쟁의 도화선은 상변 102로 타들어간다.

손종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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