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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 개헌」향한 협상 정국 시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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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29일의 노태우-이민우 여야 대표회담은 개헌문제의 장내화를 공식화하고 앞으로 길고 험할지도 모를 개헌협상의 문을 연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이 회담을 시발로 청와대 회담·임시국회 소집·국회헌법 특위의 구성 등 일련의 예정된 수순이 전개되고, 작년 2·12선거후 실로 약1년4개월만에 마침내 원내의 개헌협상 테이블이 마련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개헌문제로 인한 집회나 서명 등으로 인해 수감된 사람들을 포함한 상당 폭의 구속자석방조치도 따를 것으로 보여 개헌협상 분위기가 촉진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에 사전보고>민정당
민정당은 이날 회동에서 당장의 어떤 가시적 성과를 목표한 다기보다는 곧 있을 전두환 대통령과 이 신민당 총재간의 회동의 디딤돌, 나아가서 협상정국의 여건 및 분위기조성에 역점을 두고 있는 것 같다.
노 대표는 이를 위해 28일 상오 중앙집행위회의 중 빠져 나와 정순덕 사무총장·이세기 원내총무와 노-이 회동에 임하는 민정당 입장을 정리한 후 바로 청와대로 올라가 전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절차를 밟았다.
노 대표는 이 자리에서 전 대통령으로부터 이 총재와의 면담일정을 받아온 것으로 짐작되며 자신 및 대통령의 이 총재와의 연쇄회동에 임하는 기본입장을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표는 이날 하오 또 정 총장·나웅배 정책조정실장·심명보 대변인·최병렬 국책연구소 부소장·강용식 대표위원 보좌역 등을 불러 이 총재와의 회동에 임하는 최종 입장을 손질하는 등 신중히 대처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 관계자는 이 같은 연쇄 협의에서 △신민당 측의 요구사항과 △대 신민당 요청사항으로 대별해 각 항목에 대한 논리구성 등을 폭넓게 마련했다고 말하고, 주안점은 최근 누그러진 여야분위기를 살려 정국안정을 꾀하면서 개헌을 위한 협상분위기유도에 두기로 했다고 전했다.
때문에 노 대표는 이 총재와의 회동에서는 신민당 측이 제기할 △연내개헌추진보장 △구속자 석방 △사면·복권문제 등에 대해 일단 신민당 측이 장외투쟁을 중지하고 장내로 들어와 진지한 논의를 해가면서 분위기를 조성하고 그에 따라 여야가 하나씩 풀어나가는 것이 문제를 합리적으로 접근하는 자세가 될 것이라는 원론적 입장을 강조할 것 같다.
노 대표는 개헌작업일정과 관련, 민정당도 여야합의개헌안을 가을 정기국회에 제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4·30 청와대회동정신은 대통령이 개헌안의 발의를 국회에 위임한 것이며 또 개헌이 될 경우의 정치 일정이 너무 빠듯하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전제조건 없이 헌특에 임하라고 설득하고 촉구할 것 같다.

<야에 장내진입 설득>
민정당 측은 이 같은 허심탄회한 의견교환을 통해 민정당이 지연전술의 저의가 없다는 점을 이 총재가 인식하고 개헌에 관한 일정에는 대체적인 이해가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노 대표는 또 구속자문제도 분명한 좌경분자에 대해서는 단호한 법 집행을 하되 그 밖의 구속자에게는 호의적 배려가 있을 수 있다는 입장을 표명, 이 총재에게 이해를 촉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사면·복권문제도 야당의 장내진입 후 협상대상으로 고려될 수 있다는 뜻을 시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노 대표는 이 총재에게 야당 측이 여권의 개헌진의를 믿고 장외투쟁을 중단하여 국회헌특의 순조로운 운영에 임하는 것이 선결요건임을 강조할 것이라고 측근들은 전했다.

<두 김씨와 3자 회동>신민당
29일 저녁회동을 앞둔, 신민당 이 총재는 이날 상오 당사에서 확대간부회의, 하오3시 외교구락부에서 두 김씨와의 3자 회동을 갖는 등 당내의견조정에 분주.
이날 신민 당사는 많은 당원들이 나와 이날의 대표회담이 모처럼 조성된 화해분위기 속에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뭔가 합의사항이 있지 않겠느냐고 기대하는 분위기가 팽배.
그러나 이 총재는『개헌문제를 놓고 쌍방이 처음 만나는 것인 만큼 서로가 자기들의 주장과 의견개진에만 주력하지 않겠느냐』고「처음」이란 단어에 액센트를 준 뒤『오늘의 얘기는 전두환 대통령에게도 전달될 것이고 또 전 대통령과의 별도면담도 있을 것이므로 자주 만나다 보면 해결이 되겠지』라고 말해 이날 회담에서 바로 합의점에 도달하는 것은 기대하지 않고 있음을 시사.
이 총재 측근들도 『오늘 회담은 청와대 회담을 앞둔 징검다리의 성격』이라며『청와대회담에서 합의가 이뤄져야 서로에게도 좋을 것』이라고 반복해 포인트를 영수회담에 두고있음을 강조.
이날 아침 이 총재는 삼양동 자택에서 이택희 정책의장·홍사덕 대변인을 비롯, 측근들과 한동안 대책을 숙의.
이 총재는 자택에서 기자들과도 만나 헌특 구성 및 구속자 석방문제 등에 어떤 원칙적인 합의가 있지 않겠느냐는 질문을 받고『당장 해결된다면 오죽 좋겠나. 그리되면 춤이라도 추겠네』라고 대답.
이 총재는 헌특 문제와 관련, 『저쪽(민정당)에서도 정기국회 전까지 합의되기를 기대하는 것 같더군』이라며 『하루빨리 해결돼야겠지. 늦어도 연말까진 개헌이 돼야할 것』이라고 강조.

<연말까지 개헌 기대>
이 총재는 특위활동시한을 9월까지로 잡은 데 대해 『그때까지 합의를 해서 정기국회에 상정되면 바람직스럽다는 이야기』라면서『합의만 되면 국민투표야 한두 달 늦어도 상관없는 것 아니냐』고 말해 합의개헌에 역점을 두고 있음을 시사.
이 총재는『모든 문제는 시기가 있는데 지금이 전 대통령도 역사에 이름을 남기고 명예롭게 퇴진할 수 있는 자연스럽고 적당한 시기』라면서『모두의 불행을 막기 위해서도 결단을 해야할 시기이며 그것을 촉구할 수 있는 입장이어서 우리에게도 희망이 있는 것』이라고 피력.
이 총재는『자주 만나 대화해야한다』는 점을 다시 강조한 후『수인사대천명으로 성의를 다하면 이루어질 것으로 믿는다』고 말해 이날 회동에 임하는 심정의 일부를 토로.
이 총재는 구속자 문제에 대해『문익환 목사를 비롯, 민통련문제는 악화되지 않는 방향으로 가야할 것이며 우리 쪽도 오늘 당장 1천8백명 전원을 석방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식의 사고방식이어서는 곤란하겠지만 성의를 다한다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언급.<이수근·허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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