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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가쟁명:유주열] 마오쩌둥은 인천상륙작전을 알았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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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천상륙작전’이라는 영화를 보았다. 성공률이 5000분의 1라고 할 정도로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작전이 성공했다는 것이 기적처럼 보인다. 미국의 해리스 트루먼 대통령과 국방성 등에서 강력히 반대를 했는데도 오랜 전쟁 경험을 가진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의 신념으로 인천상륙작전이 감행된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을 포함하여 많은 사람들이 영화를 관람하였다. 영화를 본 사람들은 인천상륙작전이 실패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질문을 가졌을 것이다. 인기 배우 김범수가 연기한 인천의 경비 사령관도 만만치 않아 보였다. 좁은 수로에 비밀리 기뢰를 매설하는 등 북한의 방어도 완벽하였고 무엇보다도 조수 간만의 차가 커서 누구도 성공할 수 있는 상륙지점으로 보지 않았던 인천이 아니었던가.

어쨌든 맥아더 같은 영웅이 없었다면 인천상륙작전으로 서울을 수복하는 혈로를 뚫지 못하고 낙동강 방어선도 결국 무너지면서 한반도는 공산화되었는지 모른다. 영화 속에서 적지가 된 인천시의 모습처럼 소련의 사주를 받은 김일성의 남침이 성공하였다면 현재 한반도의 모습은 어떻게 되었을까. 과문한 탓이지 이에 대한 대체 역사소설(alternative history novel)이 보이지 않는다.

대체 역사 소설을 만든다면 맥아더 장군이 인천상륙작전의 직전에 해고되는 것으로 시작될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맥아더 장군이 모든 사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인천상륙작전(작전명 Operation Chromite)을 은밀히 준비하고 대통령의 허가를 기다린다. 그러나 워싱턴에서 날라 온 소식은 맥아더 장군의 해임 전문이었다.

트루먼 대통령은 맥아더 장군의 신념을 대권을 생각한 야망으로 이해한다. 맥아더 장군의 야망은 미국이 원하지 않은 3차 세계대전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판단한다. 트루먼 대통령이 가진 정보에는 중국의 마오쩌둥(毛澤東)이 인천 상륙작전의 성공 가능성을 오히려 높이 평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당 장제스(蔣介石)와 오랜 내전에서 중국의 전쟁 역사서를 들고 장제스를 이겨낸 마오쩌둥은 전쟁의 허허실실(虛虛實實)을 잘 알고 있었다. 마오쩌둥은 수차례에 걸쳐 김일성에게 연합군에 의한 인천 상륙의 가능성을 경고하였으나 김일성은 듣지 않는다. 김일성은 5000분이 1의 성공 률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합리적이고 전쟁의 경험이 많은 맥아더 장군이 성공 가능성이 희박한 인천 상륙을 통해 많은 미군을 희생하지 않을 것으로 믿었기 때문이다. 전쟁의 내공으로는 김일성은 마오쩌둥의 상대가 안 된다.

마오쩌둥은 맥아더 장군의 인천상륙작전의 성공을 대비하여 중공군의 참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러한 정보가 전달되어 트루먼 대통령은 미군의 희생을 줄이고 중국과 직접 대결을 피하기 위해 맥아더 장군을 해임시킨 것이다.
 맥아더 장군의 해임으로 한반도의 전쟁의 양상은 달라진다. 연합군은 낙동강 방어선을 지키지 못하고 부산을 내 준다. 한국 정부는 제주도로 옮겨가고 제주도와 대마도 라인으로 공산군의 남하를 억제하는 선에서 포화가 멈추었는지 모른다. 부산에서 50km의 대마도는 타이완의 진먼도(金門島)처럼 철저한 반공 요새로 변하면서…

우리나라에서 제대로 된 대체 역사소설로 1987년 발간된 소설가 복거일의 ‘비명(碑銘)을 찾아서 ‘라고 볼 수 있다. 동 소설에서는 1909년 10월 26일 안중근 의사에 의한 일본제국 추밀원 의장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에 대한 암살이 실패했다면 하는 전제에서 시작된다. 비교적 온건한 의회주의자로 군국주의 세력을 견제했던 이토 히로부미는 일본을 대동아 전쟁으로 끌고 가지 않았을 것으로 본 것이다. 일본은 미국과 타협하면서 독일을 중심으로 하는추축국(axis Powers)에 줄을 서지 않았을 것으로 가상한다.

원자탄은 일본의 히로시마와 나가사키가 아니고 독일의 드레스덴 등에 투하되어 독일은 무조건 항복을 한다. 일본은 미국과 함께 전후 슈퍼파워가 된다. 1987년 소설이 발간되는 해 즉 일본의 쇼우와 (昭和) 62년에게이 조우(京城) 즉 서울에서 벌어지는 대체 역사소설이다.사실 복거일 씨가 ‘비명을 찾아서’를 발표하기 25년 전인 1962년 미국의 필립 딕(1928-1982)이라는 공상과학 소설가가 2차 세계대전에서 미국이 패배하고 독일과 일본 등 추축국이 승리했더라면 1962년 현재 미국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하는데 착안하여 ‘고성(高城)의 사나이(The man in the high castle)’라는 대체 역사소설을 발표하였다.

소설가 딕은 프랭클린루스벨트 대통령이 암살되어 미국의 뉴딜 정책이 성공하지 못해 전쟁을 이겨내는 국력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시작된다. 미국의 패전으로 미국은 독일과 일본의 영향하에 분할된다. ‘고성의 사나이’는 출간 다음 해인 1963년 공상과학소설(science fiction)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휴고상’을 수상하였다.

‘고성의 사나이’는 출간된 지50여 년이 지나서 아마존 닷컴에서 영화로 찍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10회의 연속물 시즌 1이 방영되었고 금년에 또 다른 10회 연속물 시즌 2가 방영된다고 한다. 지난달 미국에 갔더니 많은 지인들이 ‘고성의 사나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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