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회복만 사화안정"|이민우 신민당총재 귀국 기내회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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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2일간의 방미일정을 마치고 23일 하오 귀국한 신민당의 이민우 총재는 귀로의 비행기안에서 수행기자와 회견을 갖고 『이번 미국방문은 성공적』이라고 자평했다.
-방미목적은 충분히 달성했다고 보십니까?
『미국 도착성명에서도 밝혔듯이 이번 방미목적은 88년에 출범할 민주민간정부와 미 정부간의 관계를 예비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나는 미국이 군사독재정권의 유지를 지원할 경우 88년에 문민정치가 회복된 뒤 양국정부 및 국민들의 관계가 원만할 수 없을 것임을 강력히 경고했고 우리실정에서 민주화는 대통령직선제 개헌뿐이라는 사실을 충분히 설명했어요. 아울러 민주주의 회복만이 정치안정을 가져오며 사회안정과 안보역량으로 연결된다는 사실도 만나는 사람들에게 귀가 따가울 정도로 얘기해 줬어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면서 한국의 민주발전을 위한 노력을 다짐했어요』
-「성공적」이라고 말씀하시지만 미국은 「간선제도 민주주의제도」라고 말하는 등 지난번 「슐츠」국무장관 방한 때와 똑같이 신민당과는 다소 다른 시각을 재천명한데 그쳤을 뿐이라는 평가도 있지 않습니까.
『애초에 그들에게 무엇을 바라고 간 것은 아니잖아요. 일각에선 나의 방미를 둘러싸고 민주화를 구걸하느니, 어쩌니 하는 말도 있는 모양이지만 이번엔 그들에게 여러 가지를 경고해주려 간 것입니다.
한국실정을 잘 아는 것 같으면서도 모르는 부분이 많더군요. 내 설명이 부족하지 않았다면 앞으로 미 정부의 태도는 자기국민들의 이상인 민주주의에 대한 지원으로 변화하리라 믿습니다』
-「슐츠」장관을 만나서도 그의 대한시각을 수정시키진 못한 것 같은데요.
『「슐츠」에게 「타협과 간선제지지 인상의 발언은 현정부의 논리와 같기 때문에 현정권을 비호하는 듯한 인상을 우리 국민에게 주었고 그래서 젊은이들한테서 오해를 받고 있는 것이다」고 말했더니 배석자들도 모두 납득하는 것 같았어요. 하여간「슐츠」에겐 1시간 면담 중 내가 40여분에 걸쳐 해방에서부터 40년 헌정사를 강의식으로 설명해줬더니 심각하게 경청하더군요. 많은 참고가 됐을 겁니다』
-앞으로 방미성과를 대여전략에 어떻게 반영하겠습니까.
『그까짓 미국한번 다녀온게 우리전략에 무슨 영향을 주겠소. 대통령직선제개헌을 위해 계속 최선을 다할 뿐이지』·
-개헌 협상 또는 개헌을 위한 새로운 대책이라도 구상하신게 있습니까.
『우리의 기본방침은 비폭력·평화적 방법에 의한 투쟁입니다. 폭력을 원치 않는 것은 미정부도 우리와 견해를 같이하더군요. 단지 협상엔 사면·복권, 양심수 석방 등이 선행돼 신뢰와 분위기가 조성돼야 하겠죠.
정부선택권을 되찾자는 대다수 국민들의 열망을 상호 인식해야 합니다. 그 열망 때문에 우리 당은 한 발짝도 물러설 수 없는 입장입니다. 정부·여당은 우리가 물러설 때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일어날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아야 할겁니다』
-노태우 민정당대표위원의 외신기자회견 내용을 보셨습니까.
『그쪽(민정당)에선 내각책임제를 할 생각인 것처럼 신문에 비쳤더구먼. 대화를 하자면 피할 이유가 없겠지요. 그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있는지도 알아야 하니까. 그러나 저쪽에서 얘기하는 개헌안이라는 것이 대강 현행 대통령선거제도나 마찬가지로 국민이 대통령을 뽑기 전에 집권당을 먼저 정해놓겠다는 식이니 우리가 국민의 뜻을 무시하고 영합하는 타협을 할 수는 없지요』
기내회견은 일부승객의 자리를 양보 받은 비좁은 자리에서 진행됐는데 12일간의 꽉 짜인 일정을 강행군했음에도 불구, 이 총재는 70노인답지 않게 비교적 .건강한 모습이었다. <허남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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