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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초조…갈등…위기의 남성 40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40대전후의 한국 남성은 각종 위기감에 시달리고 있다. 급변하는 불안한 사회속에서 생존을 위한 피나는 경쟁, 상대적 빈곤감, 자녀교육. 아내와의 갈등 등은 이 사회의 흐름을 주도해나가는 그들에게 엄청난 스트레스를 주고 있다. 그 실태와 원인, 대응책을 특집으로 꾸몄다
김정욱씨는 명문대학인 S대공대를 졸업, 대기업체에 종사하고 있는 회사원이다. 현재과장으로 있는 그는 대형 프로젝트는 모두 그의 손을 거쳐갈 정도로 회사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는데 회사에서는 진행중인 프로젝트만 끝나면 과학원에 진학시켜 이니라 과학기술계의 핵심인물로 키우겠다는 언질까지 주고 있을 정도다. 두 딸의 아버지로 독실한 천주교신자이기도 한 그는 가정에서도 「착실한 가장」으로 신뢰받고 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상한 일이 줄곧 벌어지고 있다. 이웃과 함께 미사에 참석했다가 아무말없이 혼자서 따로 떨어져 나와 포장마차에 들러 생면부지인 이들과 2차, 3차 술 여행을 하고 때론 지갑까지 털린채 새벽녘에야 집에 들어서곤 하는 일이 많아진 것이다.
부인은 물론 친하게 어울려오던 주위사람들까지도『그 사람이 왜 그러는지 도대체 모르겠다』고 안타까워 하지만 그는 묵묵 부답일 뿐이었다. 그가 느끼는 위기감은 무엇일까.
격주간지 『이코노미스트』(85년9월20일자) 가 실시한 「40대 사원 의식조사」에 따르면 50.7%가 회사생활에 - 만족」을 표시하고 있으나 회사의 정책규범이나 직위에 대한 불만 등으로 인해 79 7%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이를 통해서도 보여지듯 남성들의 위기는 대부분 직장으로부터 비롯된다.
이형우씨는 규모는 작지만 실속있는 모업체의 공장장으로 최근 이사로 승진, 중역진에 끼게 되었다. 남들은『출세했다』고 부러워했지만 막상 자신은 괴로움의 연속이었다.
직장에서의 갈등은 곧바로 가정과 직결돼 보다 심각한 위기의 국면으로 접어들게 된다.
고걸훈씨의 경우는 보다 심각하다. 결혼7년째인 그는 지금 부인으로부터「이혼」을 무기로 강력한 항의를 받고 있다. 『고졸사원으로 경리직에 발을 붙인 후 알게 모르게 최선을 다해왔어요. 남들에게 뒤처지지 않으려고 회사에 다니면서 야간대학도 졸업했어요.
그래도 일류대학을 졸업한게 아니니 경쟁에서 버텨나가려면 남보다 두배의 노력을 해야해요. 수금사원의 뒤처리 등을 하고 나면 퇴근시간이 밤11∼12시지요. 그런데 마누라는 이해를 못하는 겁니다.「그럴바엔 일하고 결혼하지 왜 나하고 결혼했느냐」는 겁니다. 너무 격무에 시달리니 일요일 하루는 실컷 잠을 차고 싶은게 제 심정이지요 .내가 그런 사정을 누누이 설명해도 마누라는 백보 양보했다는 것이「전직을 하든지, 이혼하자예요.」말이 좋아 전직이지 나이 40 다 돼가지고 아무데서나 받아줍니까』
결국 이 같은 갈등이 성기능장애로까지 발전되는 예가 드물지 않다고 이호용교수 (연세대·정신과장)는 말한다. 연세대부설 성기능 장애 클리닉에 찾아오는 환자 중 20%정도가 바로 스트레스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것.
이교수는 『남성 성기능 장애의 가장 큰 원인은 스트레스에 찬 생활을 감당하지 못하는데 있었다』고 밝혔다.
승진이 뒤처지면 언젠가 대오로부터 떨려나갈 것이라는 위기감, 자녀들은 커가고 교육비의 요구는 높아지는데 과연 정년까지 버텨 나갈 수 있겠는가 하는 위기감, 스트레스를 푼답시고 마셔댄 술 담배가 몸을 해치는 것은 아닌가하는 걱정, 부인의 성요구에 언제까지 적절히 대응할 수 있을까하는 불안감이 우리의 남성을 위기속으로 몰아가고 있는 것이다.<홍은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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