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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사꾼'이라고 불러도 죄가 될까…근거 갖고 의혹 제기하면 무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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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부지방법원. [중앙포토]

비리 의혹이 있는 대학 총장에게 ‘모사꾼’‘성추행범’이라고 부르면 죄가 될까.

법원은 다소 지나치지만 죄는 안된다고 봤다. 나름의 근거를 갖고 의혹을 제기한다는 전제에서다.

서울서부지법 형사2단독 조영기 판사는 모욕 혐의로 기소된 시민단체 대표 이모(60) 씨와 이 학교 박모(55) 교수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28일 밝혔다.

이씨는 A씨가 서울의 한 전문대 전직 총장 재직 당시 비위 의혹이 불거지자 2013∼2014년 시민단체 인터넷 카페에 A씨의 사퇴를 요구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학교에 정치모사꾼이 입성한 경위를 밝혀야 한다’‘꽃뱀에 물려 성 추문에 시달리면서도 자리를 안 내놓는다’ 등의 표현을 썼다.

박 교수는 이씨와 함께 2014년 5월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A씨는 성추행범’이라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시위했다.

검찰은 공개적으로 A씨를 모욕한 혐의가 있다며 두 사람을 기소했다.

재판부은 이런 표현이 A씨에 대한 비리 의혹 제기가 정당하다고 강조하는 과정에서 나왔고, 다소 부적절하고 과하지만 사회 통념상 허용되는 범위를 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2014년 3월 이 전문대의 한 여교수가 A씨를 강제추행 혐의로 고소했다가 취소한 적이 있다”며 “교비 운용과 집행을 둘러싼 의혹이 실제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씨는 교육 관련 시민단체 대표이고, 박 교수는 교수협의회 의장이기 때문에 대학 운영상 문제점과 비리에 관한 의혹을 제기하거나 공개적으로 비판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며 “A씨는 이씨의 질의에도 명확히 답변하지 않았고, 소명 자료도 제공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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