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민정대표 외신기자 클럽 문답 내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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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노태우 민정당 대표위원은 21일 낮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서울 외신기자 클럽 초청 회견을 갖고 문답을 가졌다.
-국민의 뜻에 따라 모든 것을 결정하겠다고 했는데 국민의 뜻을 어떻게 확인하는가.
『국회의 토론·언론보도를 통해 국민의 뜻을 파악하고 또 여론조사와 공청회 등의 방법도 있다.』
-지자제 문제에 대한 민정당의 복안은 무엇인가.
『당정간의 협조를 통해 지자제 실시에 관한 필요한 초안이 잡혀가고 있으며 이 초안을 갖고 곧 광범위한 여론수렴 단계로 들어갈 예정이다. 지자제에 관해 읍·면·동·이 등 하부단계에서 위로 올라오느냐, 아니면 시·도부터 내려가느냐 하는 문제가 있으나 전문가와 국민의 의견을 참작해 확정할 문제다. 내 의견으로는 시·도부터 내려가자는 것이다.』
-헌법이 대통령 직선제로 개정되면 노 대표는 대통령 후보지명을 수락할 것인가. 내각책임제일 경우 내각수반을 받아들일 것인가.
『현재 본인을 위시한 당은 정치발전에 총력을 기울이는 입장이다. 우리 당은 당헌이 있으므로 당헌과 당론에 따라(개헌이 확정되면)적절한 시기에 당 의사가 결정될 것이다. 그 결정에 따라 모든 것이 이루어질 것이다.』
-전두환 대통령이 두 김씨를 만날 가능성을 어떻게 보는가.
『만날 수 있는 여건이 되면 자연스럽게 만나지 않겠느냐. 대통령이 김영삼씨 등 재야특정인을 만날 수 있으나 자연스러운 것은 그전에 본인을 포함한 당직자들이 먼저 만나는 게 필수적이 아니냐.』
-한국 정치상황은 너무 급격히 변해 우리를 상당히 당혹시킨다. 몇 달 전에 개헌운동이 위법이라 해놓고 지금 와서는 정부와 여당이 양보와 관용을 베푸는 배경은 무엇인가.
『한국은 첨예한 대립하의 남북대치 상황에 놓여있는 등 특수여건 하에 있다. 외부로부터 어떠한 위험도 도사리고 있지 않다면 상황은 전혀 다를 것이다. 민주주의의 발전과 정치발전을 이룩한 서구 선진국이 수백 년에 걸쳐 이룩한 것을 우리들은 불과 수년이내에 이루려는 국민들의 복잡한 욕구가 많다. 정부·여당 입장에서 최선을 다해 이 같은 욕구를 충족시켜야 한다. 이러다 보니까 변화가 빠르게 느껴질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민정당은 정기국회 이전까지 개헌 초안을 만들겠다고 했는데 어떤가. 『민정당은 어떤 형태의 개헌을 할 것인지 국민 절대다수의 의견에 따르려고 한다.
그래서 매우 서두르고 있다. 헌법에 관한 국민의 뜻이 어느 곳으로 몰리느냐에 당론을 정하려고 하는데 정기국회 이전, 금년 가을쯤 우리안이 거의 확정되지 않겠느냐고 생각한다.』
-중요 당직이 군 출신 인사들로 되어있는 점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우리 나라는 모든 젊은이가 국방의 의무를 지고 있어 엄격히 말하면 군인 출신이 아닌 사람이 한사람도 없는 형편이다. 군복을 벗으면 민간인이고 민간인이 군복을 입으면 군인이 되는 것쯤으로 이해해 달라.』
-민정당은 내각책임제 개헌을 생각하고 있다는 보도가 있는데 그 가능성은.
『당이 직선제 개헌에 반대하고 있다는 것은 말할 수 있다. 대통령 간선제냐, 내각 책임제냐 라고 명백하게 말한다는 것은 시기상조다. 많은 국민의 의견을 수렴해서 금년 가을쯤 나올 것으로 생각한다.』
-전 대통령과 재야 지도자와의 면담은 여건이 성숙돼야 하고 사전 접촉이 있어야 한다고 했는데 구체적 계획이 있는가.
『한국 실정에서 구체적으로 설명 않더라도 알 것 아닌가. 김영삼씨 신분이 어떤 상대이고 김대중씨 신분이 어떤 상태인지 상식적으로 판단하면 알 것이다.』
-노 대표는 직선제 개헌을 명백히 반대했는데 그렇다면 직선제 개헌을 주장한 신민당이 국회 헌법 특위에 들어와도 타협할 수 없지 않겠는가.
『(다소 격하게) 그렇게 말하면 안 된다. 민주주의는 반대와 반대가 부닥쳐 타협하는 것이다. 시작부터 똑같은 것을 내걸고 타협하는 것은 아니다. 반대와 반대가 부닥쳐 대화와 협상을 통해 타협할 때 무언가 작품이 나오는 게 아니냐.』
-김대중 씨의 사면 가능성을 완전 배제하는 것인가.
『그 문제는 본인이 답변할 여건에 있지 않다.』
-민정당 일부 의원들도 국민, 특히 지식층에 민정당이 인기가 없다고 하는데 그 이유가 무엇 때문이라고 보는가.
『집권당이 인기를 얻기는 참으로 힘든 것 같다. 매우 노력해도 인기 얻기가 힘든 게 집권당이 아니냐. 오늘날의 사회는 다원화·다양화 되어있고 따라서 각계각층의 욕구불만이 굉장히 많다. 이것을 만족스럽지 않게, 또 충족시켜주지 못한 게 오늘날의 실상이다. 이로 인해 불만과 불신과 불평이 만연해 인기가 떨어지게 마련이다.』<이수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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